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한국 기업을 콕 찍어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지 않으면 강력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지명자는 29일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우리의 동맹들, 한국의 가전과 일본의 철강 같은 경우 우리를 그저 이용했다”며 “이제는 그 생산을 다시 미국으로 가져올 때”라고 주장했다. 그는 “관세가 기업들이 미국에서 (제품을) 만들도록 장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트닉 지명자는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가 결정한 반도체 보조금 지급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리스용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정책을 폐지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총 57억 달러가량의 보조금을 받지 못하고 현대차 등 국내 자동차·배터리 업체가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달 27일 1기 행정부 때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자신의 치적으로 자랑했다. 멕시코·캐나다·중국을 겨냥하던 미국의 ‘관세 폭탄’ 타깃이 점차 미국의 8대 무역 적자국인 한국 등으로 이동하는 모양새다. 그는 대선 유세 과정에서도 한국 등을 겨냥해 “다른 나라의 일자리와 공장을 미국으로 빼앗아 오겠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채찍’을 흔들자 이미 우리 기업들은 미국 현지 생산과 투자를 늘리고 있다. 자칫 국내 제조업 공동화와 일자리 유출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민관정이 경제안보 컨트롤타워를 중심으로 미국과의 소통 채널 확보, 시나리오별 대책 마련 등 총력전을 기울여야 할 때다. 특히 ‘트럼프 스톰’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양국의 산업 협력으로 상호 이익을 극대화하는 ‘윈윈 방안 패키지’를 제시해 트럼프 측 설득에 나서야 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협력을 요청한 조선업을 디딤돌 삼아 인공지능(AI), 방산, 우주항공, 원자력 등 첨단 분야로 협력을 확대하고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미국도 자국 제조업 부활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위해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미 동맹을 격상해 우리 산업을 고도화하고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