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무 후보자 청문회 발언 보니…
“선별 관세보다는 일괄 관세 선호
국가별 부과… 적인 中 가장 높아야”
트럼프 ‘韓세탁기’ 성공사례 거론
무역수지 불균형 땐 韓도 ‘고관세’
“리스용 전기차 세액공제도 반대”
북미시장 확대 현대차 타격 우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적국, 동맹국을 가리지 않고 제조업 부흥과 무역수지 개선 등 경제 분야뿐 아니라 불법 이민자, 마약 등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전방위적으로 관세를 활용하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후보자가 한국을 포함한 동맹들이 그동안 미국을 이용했다며 동맹국과 협력해 생산을 다시 미국으로 가져오겠다고 하는 것,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자 송환을 거부하는 콜롬비아에 관세 카드를 이용해 백기 투항을 받아낸 것 등은 관세가 복합적인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러트닉 후보자는 29일(현지시간) 미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진행된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 앤디 김 뉴저지 상원의원이 ‘동맹에도 관세를 부과하면 관계 악화가 우려되지 않느냐’고 묻자 “중국에 대한 관세가 가장 높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적들에 대한 관세가 가장 높아야 한다”면서도 “미국인들이 유럽에 미국산 자동차를 팔 수 없다는 사실은 정말 잘못됐으며 교정돼야 한다. 그들이 우리 동맹이지만 우리를 이용하고 있고, 우리를 존중하지 않기에 그것을 끝내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다른) 나라들이 우리가 2차 세계 대전과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이후 세계를 재건하기 위해 사용한 미국의 친절함과 고마움을 이용하고 있다”며 “우리는 그 무례를 끝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중국 등 적대국뿐만 아니라 미국에 대해 불균형한 무역 수지에서 보이는 동맹국에도 관세를 부과할 이유가 충분하다는 것을 재차 언급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우방국인 캐나다와 멕시코에 2월1일부터 펜타닐(마약) 미국 유입을 방조했다며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콜롬비아가 이민자 송환을 받아들이도록 관세 카드로 활용했고, 멕시코와 캐나다, 중국에는 펜타닐을 빌미로 관세 부과를 위협하는 것은 관세를 무역의 문제를 넘어선 외교적 압박 카드, 나아가 사회 문제 해결에까지 활용하겠다는 점을 보여준다. 관세가 가장 많이 쓰이는 대외 정책 수단이 된 셈이다.
이날 러트닉 후보자의 발언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4월1일까지 조치 권고를 지시한 보편 관세와 관련해 확정적인 것은 없으며, 정책 준비가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는 이날 ‘선별(targeted)’ 관세와 ‘일괄’(across the board) 관세 중 어떤 유형을 선호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일괄 관세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특정 품목에 한정되지 않고 모든 품목에 관세를 일괄적으로 적용하되, 국가별로는 다르게 적용될 전망이다. 그는 “난 내 생각을 대통령과 논의했는데 내 생각은 국가별(country by country)”이라고 밝혔다.
국가별로 관세율과 순위를 다르게 설정하면 한국은 중국, 유럽연합(EU), 멕시코보다는 후순위가 될 전망이다. 다만 꾸준히 대미 무역 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하는 무역수지 균형을 맞추지 못할 경우 역시 고관세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때부터 2018년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고관세 부과로 미국 제조업을 보호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러트닉 후보자는 조 바이든 전 행정부에서 제정된 반도체과학법에 대해선 “우리가 그것들을 검토해 제대로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반도체 제조를 다시 미국으로 가져오기 위한 우리의 능력에 대한 훌륭한 착수금”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근거해 기업에 지급하는 보조금에 대해선 트럼프 행정부에서 재검토 후 집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급 시기와 관련해 바이든 전 행정부 말기 미 정부와 반도체법에 따라 보조금 지급 계약을 맺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리스용 전기차 세액공제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IRA는 최종 조립을 북미에서 하고 핵심광물 및 배터리 요건을 충족한 전기차를 구매한 납세자에게만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주도록 했지만 바이든 전 행정부는 리스 차량은 이런 요건과 상관없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한 바 있다. 현대차는 전기차 리스를 확대해왔다.
한편 백악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27일 하달한 정부 보조금 및 대출금 집행 잠정 중단 조치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매슈 배스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 대행은 지난 27일 각 정부 기관에 보낸 메모에서 미 동부시간 28일 오후 5시부터 연방 차원의 보조금 및 대출금 지출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조치 취소는 야당인 민주당 인사 등이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워싱턴 연방법원이 28일 트럼프 행정부의 자금 지출 잠정 중단 조치를 최소 다음 달 3일 오후 5시까지 보류하라고 명령한 데 따른 것이다.
워싱턴=홍주형 특파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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