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트럼프 정부의 보조금 중단 겁박, 국익 지킬 방안 강구하라

2025-01-30

상무장관 후보 “반도체·가전 불만”

외교 컨트롤타워 복원 서두르고

“우리 측 투자는 윈윈” 설득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8일(현지시간)부터 연방 차원의 보조금과 대출금 집행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가 법원의 제동으로 철회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매슈 배스 백악관 예산관리국 국장 대행 명의로 연방정부 기관에 보낸 메모에서 연방 차원의 보조금과 대출 프로그램이 트럼프 행정부 정책 기조에 부합하는지 종합적으로 분석해 다음 달 10일까지 보고서를 제출하라고도 지시했다. 하지만 워싱턴 연방법원이 보류 명령을 내리고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이끄는 22개 주 정부 법무부 장관까지 이번 조치를 중단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과 소송을 제기하는 등 반발이 거셌다.

하지만 불씨가 완전히 꺼진 건 아니다. 법원의 이번 명령은 트럼프 행정부의 자금 동결을 막는 것이 아니라 당장 보조금 지급이 중단되는 것을 보류하는 잠정적인 조치다. 오히려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의 겁박성 언사는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후보자는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한국의 가전제품과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등 주요 수출 품목을 콕 집어 강력한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그는 전임 바이든 행정부에서 결정한 반도체법 보조금과 관련해 “내가 계약을 검토하기 전에 보조금 지급은 약속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이 우리의 선량함을 이용했다”며 반감까지 드러냈다.

이미 지급이 결정된 수천억∼수조원 규모의 보조금이 줄면 공장 착공 및 생산 등 기존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이 설령 보조금 지급 기조를 유지하더라도 이를 빌미로 추가 조건이나 투자를 요구할 게 분명하다. 전임 정부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폐기하는 건 미국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악수임을 알아야 한다. ‘미국우선주의’를 앞세워 당선됐더라도 국가 간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보조금 지급 중단이나 10∼20% 보편관세로 인해 외국 기업의 미국 투자가 줄면 생산·고용 감소 등 자국 경제에도 하등 유리할 게 없다. 모든 국가에 대한 무차별 관세가 미국의 수입 물가를 높여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우려가 크다.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는 작업 역시 미국 혼자서는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우리가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외교 채널을 총가동해 우리 기업 투자가 양국에 ‘윈윈’이 된다는 걸 설득해 국익을 지키는 게 급선무다. 미 행정부와 협상에 나설 컨트롤타워 복원도 시급하다. 국회도 지체 없이 국정협의회를 가동해 반도체특별법 등 관련 법안 처리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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