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의 핀테크 스토리]싱가포르, 핀테크 부문 아시아 톱 허브로 자리매김

2025-03-09

싱가포르는 전통 금융뿐 아니라 핀테크(정보기술(IT)+금융)에서도 명실공히 아시아의 톱 허브다. 대표적 핀테크 지표에서 2020~2024년의 5년간 아시아 1위 또는 2위에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디지털 결제 규모는 2024년 기준 392억달러로 우리나라의 4분의 1이지만, 이는 인구가 580만명으로 워낙 적기 때문으로, 1인당 디지털 결제 규모는 우리나라의 2.3배다. 또 700여개 핀테크기업 중 절반 이상이 외국 기업인 것도 눈에 띄는 포인트다. 싱가포르 진출을 원하는 외국 기업이 그만큼 많다는 뜻으로, 허브의 대표적 특징이라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또 신기술과의 지속적인 융합으로 핀테크 산업이 새롭고 다양한 분야로 진출·확장하고 있는 점도 여타국과 차별화된다. 예컨대 디지털 결제, 디지털 대출, 자산관리 등 전형적인 핀테크뿐 아니라, 암호화폐·블록체인, 레그테크(Regtech), 인공지능(AI)핀테크, 임베디드금융 등 신분야의 핀테크 성장도 두드러지고 있다.

그럼 싱가포르가 핀테크에서도 톱 허브 등극에 성공한 비결은 뭘까. 전문가들은 첫째, 무엇보다 적극적인 핀테크 지원책을 꼽는다. 싱가포르 통화청(MAS)은 2014년 금융의 디지털전환 등 환경변화에 발맞춰 '핀테크 허브'를 기치로 내걸고, 금융혁신을 지속해 왔다. 2015년 혁신적 금융 생태계 조성을 위한 금융 부문의 기술 및 혁신(FSTI) 계획, 2016년 일찌감치 도입한 규제샌드박스 제도, 2022년 '디지털 인프라와 플랫폼 개발 청사진'이라 할 수 있는 금융산업 디지털전환 지도(ITM) 발표 등이 그것이다.

둘째, 글로벌 금융기관과의 긴밀한 연계성이다. 싱가포르에 있는 126개 상업은행 중 121개가 외국은행일 정도로 싱가포르는 글로벌화되어 있고, 그 중 절반가량이 싱가포르에 아시아·태평양본부를 두고 있다. 본부의 자율적인 결정에 따라 투자 및 인수, 핀테크 랩 협력 등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셋째, 금융벤처인 핀테크에게 중요한 벤처투자생태계가 잘 마련되어 있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Sequoia Capital, Accel 등 거물급 투자자뿐 아니라, Antler, Jungle Ventures와 같이 핀테크에 특화된 투자자들도 다수 진출해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2020~2024년간 아세안 지역 내 벤처캐피털 투자의 58%를 차지했으며, 핀테크 부문에선 총 133억달러(19.3조원)의 투자를 유치, 동기간 중 아시아 1위를 기록했다.

이외에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96%)과 인터넷 보급률(92%), 아시아국들과의 지리적 접근성이 좋아 아시아 진출을 위한 교두보 역할의 용이성, 외국 기업들에 대한 세제 혜택(예:2025년 50%의 법인세 환급) 등도 싱가포르가 핀테크 허브로 발돋움하는 데 도움을 주는 요소다.

어떤 분야가 활발한가. 싱가포르 핀테크 시장은 아시아 어떤 국가보다도 분야가 다양하고 고른 편이다. 15개 분야 가운데 기업 수로 보면 디지털 결제 190개(27.2%),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107개(15.3%), 레그테크 88개(12.6%), 자산관리 83개(11.8%)의 순으로 활발하다. 특히 디지털 결제의 경우 FAST, PayNow, SGQR 등 혁신시스템을 구축했는데, 그 중에서도 수취인의 휴대폰 번호만으로 즉시 송금이 가능한 PayNow와 다양한 결제 방식을 하나의 QR코드로 통합한 SGQR은 싱가포르의 디지털 결제를 급성장시킨 주역이란 게 시장의견이다. 대표기업은 동남아 최대 슈퍼앱인 그랩(Grab)과 크로스보더 결제기업 니움(Nium)이다.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신분야 핀테크로는 암호화폐·블록체인, AI핀테크, 임베디드금융이 있다. 우선 암호화폐·블록체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친(親)가상자산정책에 발맞춰 투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2024년 한해만 약 5.5억달러(8000억원)의 투자가 이뤄졌다. 거래소 등 가상자산사업자는 30개, 통화청(MAS)이 발표한 스테이블코인 규제안에 따르면 싱가포르 달러 또는 미국 달러를 포함한 G10 통화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만 발행 가능하다. AI핀테크와 임베디드금융도 각기 거대언어모델(LLM) AI와 BNPL(Buy Now Pay Later) 때문에 급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AI핀테크로는 맞춤형 컴플라이언스모델에 특화된 Silent Eight, 임베디드금융은 3개월 무이자 BNPL모델을 제공하는 Atome이 대표적이다. 아무튼 싱가포르는 전통 금융과 핀테크 공통의 허브로 싱가포르뿐 아니라 아시아 각국으로의 진출 거점으로도 최적이란 평가다. 핀테크기업뿐 아니라 핀테크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고 있는 금융당국도 민관협력, 싱가포르 당국과의 보다 전향적이고 현실적인 협력추진 등이 긴요하단 생각이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 ysjung1617@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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