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왕좌’ 90억 황금변기 뜯어간 일당 유죄···금은 어디에

2025-03-19

‘현대미술계 악동’ 마우리치오 카텔란 작품

영국 처칠 생가 블레넘궁에서 2019년 도난

구겐하임 전시 “트럼프 부동산·화려함 떠올리게 해”

범인 잡혔지만 금은 회수 못해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생가이자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한 영국 블레넘궁에 침입해 18K 황금 98kg으로 만든 변기를 훔친 일당이 5년 만에 유죄 평결을 받았다.

영국 옥스퍼드 형사법원 배심원단은 18일(현지시간) 마이클 존스와 프레데릭 도에 대해 ‘황금 변기’ 절도에 공모한 혐의로 유죄평결을 내렸다고 영국 가디언과 BBC 등이 보도했다.

도난된 황금 변기는 ‘현대 미술계의 악동’으로 불리는 이탈리아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대표작으로, 그 가치는 480만파운드(약 90억6000만원)에 이른다. 양변기 뚜껑부터 레버까지 모두 금으로 이뤄졌고, 배관과 연결되어 실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작품명은 ‘아메리카’로 예술 시장의 과잉과 통제 불능한 자본주의에 대한 풍자를 의도한 것으로 해석된다. 마르셀 뒤샹의 유명한 변기 작품 ‘샘’을 재해석한 것이기도 하다. ‘아메리카’는 2016년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처음 선을 보였는데, 당시 관람객 10만명이 황금변기를 ‘사용’하기 위해 줄을 섰다.

당시 구겐하임은 보도자료에서 이 작품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동산과 정치 경력과 연관시켜 설명해 화제가 됐다. 구겐하임은 “이 ‘왕좌’의 미학은 트럼프의 부동산 사업과 개인 주택의 화려함을 떠올리게 한다”고 소개했다.

‘아메리카’는 2019년 9월 카텔란의 영국 전시의 일부로 블레넘궁에 설치됐는데, 관람객들은 예약을 통해 3분씩 변기를 사용할 수 있었다. 궁전 측은 당시 변기에 배관이 연결돼 있어 훔치기 쉽지 않다는 이유로 별도 경비 인력을 배치하지 않았다.

범인들은 새벽 시간대에 창문을 깨고 블레넘궁으로 침입해 쇠망치와 지렛대 등으로 변기를 뜯어내 차량에 싣고 도주했다. 범행에 걸린 시간은 단 5분. 파손된 배관을 통해 물이 쏟아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18세기 궁전은 피해를 입었다.

범행 전날 현장을 직접 방문해 변기를 직접 사용하기도 한 존스는 당시 경험을 묻자 “아주 인상적”이라고 답했기도 했다.

경찰은 범행 사흘 뒤인 2019년 9월17일 4명을 체포했지만, 변기를 회수하지는 못했다. 당시 범인들은 변기를 녹여 팔 계획이었다. 가디언은 변기의 행방에 대해 “분해되어 폐기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영국 왕립 검찰청의 샨 손더스는 “금은 전혀 회수되지 않았다. 도난 직후 쪼개지거나 녹여져 팔렸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가디언에 전했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구겐하임 미술관에 반 고흐의 ‘눈 내린 풍경’을 빌려달라고 요청했는데, 미술관 측이 이를 거절한 대신 ‘아메리카’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제안을 거부했다.

한편 카텔란은 지난해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작품 ‘코미디언’이 620만 달러에 판매되면서 다시 한번 화제에 올랐다. ‘코미디언’은 테이프로 진짜 바나나를 벽에 붙인 작품으로, 이를 낙찰받은 중국계 가상화폐 기업가 저스틴 선은 바나나를 떼어내 먹는 퍼포먼스를 벌이며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도의 형량은 5월19일 선고될 예정이며, 존스의 형량 선고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사건의 기획자이자 주범 제임스 쉰은 이미 유죄 평결을 받았으며, 그의 재판 날짜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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