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주선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이 19일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공식 취임했다. 다만 삼성SDI를 둘러싼 대규모 유상증자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삼성SDI는 수익성 회복과 미래 성장성을 확보하는데 총력을 다하겠다며 주주들을 달래고 나섰다.
삼성SDI는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엘리에나호텔에서 제55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총 4개의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주총에는 최주선 대표이사 선임의 건을 포함해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표 승인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등 총 4개의 안건들이 상정됐다. 안건들은 큰 잡음없이 모두 원안대로 가결됐다.
2조원 유상증자 두고 주주들 '반발'
이날 주총 현장에서는 유상증자에 대한 주주들의 불만이 이어졌다. 앞서 삼성SDI는 지난 14일 이사회를 열고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밝혔는데, 주주들이 부진한 실적 속 대규모 유상증자 실행은 이치에 맞지 않다며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삼성SDI가 결의한 유상증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되며 증자 비율은 16.8%다. 신주는 총 1182만1000주다.
유상증자에 대한 현장 반응은 엇갈렸지만 대부분 반대 목소리가 컸다. 한 주주는 "유상증자가 아니라 (지금은) 자사주 매입 소각을 하거나 액면분할이나 분기 배당, 배당 성향 상향, 비전 선포식 같은 것들이 이뤄져야 할 때"라며 "3년동안 배당도 안 주고, 유상증자도 갑자기 한다고 하면 누가 선뜻 삼성SDI가 투자를 하겠느냐"라고 지적했다.
주주들의 불만은 퇴장 후에도 멈추지 않았다. 한 주주는 "말이 되는 소리냐"면서 불만을 토로했고, 또 다른 주주도 "현금성이 충분하고 부채비율도 안정적인 상황에서 다른 자금 조달 방법을 충분히 찾아볼 수 있었는데 굳이 유상증자를 선택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고개 숙인 삼성SDI···"주주가치 제고할 것"
삼성SDI는 유상증자 논란에 고개를 숙이며 수익성 회복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종성 삼성SDI 경영지원실장 부사장은 유상증자와 관련 "단기적으로는 수익성 회복에 주력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유상증자) 준비 과정을 시장에 투명하게 공개해 주주가치를 제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유상증자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김 부사장은 "투자 집행을 위해 다양한 자금 조달 방안을 검토해왔으나, 회사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유상증자를 통한 투자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면서 "투자재원을 마련하는 대책도 함께 마련해 외형을 갖추고, 두 자릿수 이익률을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른 자금 조달 수단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유상증자는 이번 한 번이지만 다른 자금 조달 수단도 회사에서 적극 검토하고 있다"며 "순서의 문제일 뿐 걱정하지 마시라"고 전했다.
삼성SDI의 유상증자는 연일 논란거리다. 삼성SDI의 주가는 유상증자 발표 당일이었던 지난 14일 무려 6% 넘게 하락하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특히 주가는 지난해 초 40만원대에서 현재는 20만원선대를 웃돌며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감원도 삼성SDI를 유상증자 중점심사 대상 1호로 선정하고 주주가치 보호 방안을 집중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주식가치 희석화 우려 ▲일반주주 권익훼손 우려 ▲재무위험 과다 ▲주관사의 주의의무 소홀 등 대분류와 7가지 소분류에 따라 중점심사 유상증자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최주선 대표도 이날 주주총회 후 취재진과 만나 "그 부분(금감원의 중점심사)은 언론을 통해 들었다"면서 "저희가 잘 준비해서 유상증자 하는 취지에 대해 해당 당국에 잘 설명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