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출자금의 역설…지자체 세금으로 '새는' 3300억

2025-10-10

[비즈한국] 정부는 부처가 직접 나서서 운영하기 힘든 철도, 우편, 수도, 전기, 주택 등과 같은 공공복리 사업 추진을 위해 공공기관을 설립해 운영한다. 정부는 이러한 공공기관이 공익사업 수행을 하는데 필요한 자금 마련에 도움을 주기 위해 여러 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방식으로는 정부에서 자금을 직접 지원해 주는 출자가 꼽힌다.

그런데 정부가 공공기관에 출자한 자금에 대해 지방자치단체들이 자본금 변동을 이유로 공공기관으로부터 각종 세금을 걷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전체를 위해 국민 세금으로 출자한 자금 일부가 특정 지자체의 금고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자본금 변경 시 의무적으로 등록면허세와 지방교육세를 납부하도록 규정한 지방세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공공기관이 공익사업 운용에 필요한 자본을 확충할 수 있도록 해당 공공기관 지분을 취득하는 형태로 금전적 지원을 하는, 이른바 출자를 진행한다. 공공기관은 이러한 정부의 출자를 각각의 설립법에 근거해 받고 있다. 국회와 각 공공기관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40개 기관이 지금까지 총 183조 9944억 원의 정부 출자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공공기관은 35개이며 이들이 정부로 받은 출자금액은 총 출자금액의 99.77%에 달하는 183조 5805억 원이다.

부처별로는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토지주택공사가 41조 8256억 원, 한국도로공사가 35조 776억 원, 한국철도공사가 10조 9976억 원, 주택도시보증공사가 6조 9621억 원 등 10개 공공기관이 총 103조 169억 원의 정부 출자를 받았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경우 산하 공공기관 중 한국석유공사가 10조 9089억 원, 한국광해광업공단이 2조 3351억 원 등 7개 기관이 14조 1750억 원의 정부 출자를 받았다.

금융위원회는 한국산업은행(26조 3166억 원) 등 4개 기관이 33조 4318억 원, 기획재정부는 한국수출입은행(12조 8878억 원) 등 3개 기관이 12조 9944억 원, 해양수산부는 부산항만공사(2조 8790억 원) 등 5개 기관이 7조 6291억 원, 농림축산식품부는 한국농어촌공사(1조 5175억 원) 등 2개 기관이 1조 5858억 원의 정부 출자를 받았다.

최근 10년(2015~2024년)으로 한정할 경우 공공기관 중 정부 출자를 받은 기관은 총 18개 기관이며, 이 기간 이뤄진 출자 금액만도 85조 8285억 원에 달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가 23조 6297억 원으로 10년 사이 출자금액이 가장 많았고, 한국도로공사 16조 3015억 원, 한국산업은행 11조 1362억 원, 한국수출입공사 9조 1252억 원, 주택도시보증공사 5조 5439억 원, 한국수자원공사 4조 116억 원 등의 순이었다. 정부가 도로와 주택, 수도 등 공공기관들이 국민들을 위해 추진하는 공익사업이 문제가 없도록 국민 세금으로 마련된 자금을 투입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처럼 국민 전체를 위한 공익사업 자금 마련을 위해 정부가 공공기관에 출자한 금액이 특정 지자체에 세금으로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현재 지방세법에 공공기관이 정부 출자 등으로 납입자본금에 변동이 생길 경우 지자체에 등록면허세와 지방교육세를 납부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최근 10년 간 출자를 받은 18개 공공기관 중 16개 기관이 등록면허세로 2812억 원, 지방교육세로 562억 원 등 총 3374억 원을 자신들이 소재한 지자체에 납부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등록면허세·지방교육세를 경기도와 경상남도에 1012억 원을 냈고, 한국도로공사는 경상북도에 571억 원,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서울시 영등포구·서울시에 각각 534억 원과 309억 원, 주택도시보증공사는 부산광역시 남구와 부산광역시에 226억 원, 한국수자원 공사는 대전광역시 대덕구와 대전광역시에 207억 원을 납부했다.

공익사업을 위해 설립된 공공기관이 단순히 정부 출자금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출자금 중 일부를 세금을 내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결국 전 국민을 위해 사용되어야 할 정책 자금 중 일부가 특정 지자체의 세입으로 들어가 이 지자체 주민들만을 위한 사업 자금으로 사용된다는 의미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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