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벌레 한 마리에 4만원?"…귀여움에 빠진 MZ, 반려 곤충 열풍 [돈터치미]

2025-10-08

돈(money) touch me! 나를 '터치'하는 '돈'과 ‘소비’의 모든 순간을 포착합니다. <편집자주>

아이들이 손으로 굴리며 놀던 공벌레가 이제는 수십만원짜리 ‘반려 곤충’으로 변신했다. 온라인에서는 한 마리에 4만원, 다섯 마리에 10만원 등 팔리고 있다. 이름도 ‘쿠바리스 레몬블루’ ‘쿠바리스 러버더키’처럼 독특하다.

30대 직장인 A씨도 최근 공벌레에 푹 빠졌다. 그는 원래 벌레라면 질색하는 사람이었지만, 도마뱀 관련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난데없이 공벌레의 매력에 눈을 떴다. “잘 키울 수 있을지 몰라서 1000원짜리부터 시작했다”는 그는 조심스럽게 곤충 사육을 시작했다.

예상과 달리 귀여운 모습에 금세 마음을 빼앗겼고, 조카들은 “귀여운 벌레 보고 싶다”며 삼촌 집에 놀러오겠다고 할 정도다.

공벌레는 몸을 동그랗게 말 수 있어 ‘콩벌레’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최근 인기를 끄는 것은 해외에서 들어온 쿠바리스 레몬블루와 러버더키다.

레몬블루는 등 가운데가 짙은 갈색이고 가장자리는 밝은 레몬색 띠를 두른 듯해 작은 보석처럼 보인다. 러버더키는 등에 난 노란 무늬가 오리 부리처럼 보여 이름이 붙었다. 실제로 몸을 둥글게 말면 노란 오리 인형 같은 모습이 떠오른다.

반려 곤충 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독특한 외형과 무해한 매력 덕에 반려동물을 대신해 키우려는 사람들, 알을 낳아 분양하며 수익을 노리는 이들까지 등장했다.

해당 곤충들이 비싼 이유는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특수한 종이기 때문이다. 주로 태국 등 동남아 지역의 낙엽 밑이나 습한 흙 속에서만 서식한다. 그렇다면 이런 곤충들이 어떻게 국내에 들어왔을까. 합법적으로 반입이 가능한 걸까.

환경부는 “쿠바리스 레몬블루는 법정 관리 외래생물이나 생태계교란종이 아니어서 관리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살아 있는 동물은 원칙적으로 반입이 제한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식물방역법 제2조와 제10조 제1항 2호를 근거로 들며, 수입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본다.

전문가들은 외래종 유입 자체를 부정적으로 본다. 특히 반려 곤충을 키우다 방사하거나 유기할 경우가 문제다. 열대 원산이라 국내 겨울을 버티기 쉽지 않지만 기후 변화로 과거에는 살 수 없던 종들이 토착화된 사례도 있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국내에 천적이 없다면 개체 수가 급격히 늘어나 생태계 교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박현철 부산대 생명환경화학과 교수는 “라쿤도 처음엔 귀엽다고 키웠지만 결국 생태계 위협이 됐다”며, 외래 곤충 역시 키우다 귀찮아져 버리거나 방사될 경우 곧바로 생태계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외래종이 들어와 정착한 사례는 적지 않다. 원래 철새였던 후투티와 민물 가마우지가 국내에 자리 잡았고, 열대어종 구피도 온천수 주변에서 번식하며 토착화됐다. 박현철 교수는 “외래종 도입은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며, 장기적으로 생태계에 큰 위험을 안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곤충은 워낙 종류가 많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도 많아 전문가들조차 특정 종의 영향을 명확히 단정하기 어렵다. 그래서 정부와 학계 모두 등각류 같은 특수 종에 대해서는 큰 틀에서만 설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콩벌레 한 마리에 4만원. 누군가에겐 ‘운명 같은 선택’이자 소중한 반려 곤충일 수 있다. 하지만 수익을 노리거나, 귀찮다는 이유로 방사된다면 또 다른 이들에겐 새로운 위협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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