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약혼녀는 2조 톱스타…여성이 돈 더 잘 버는 부부에 美 발칵

2025-10-07

“만약 내가 돈을 마구 흔들며 자랑했다면 나는 ‘멋진 부자’가 아니라 ‘재수 없는 X’이라 불렸을 거야. 그들은 나를 나쁘게 그려내. 나는 지칠 만큼 전력으로 달려왔어. 내가 남자였다면 더 빨리 거기에 도착할 수 있었을까 궁금해. 사람들이 나를 공격하는 게 너무 지겨워.” (테일러 스위프트 「The Man」가사 일부)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2020년에 발표한 곡 「The Man」은 성별에 따른 사회의 이중 잣대를 꼬집는 곡이다. 스위프트가 직접 남성 분장을 하고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이 곡은 ‘여성이 성공하면 어떤 시선을 받는가’라는 주제를 직격한 가사로 인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5년 뒤인 2025년, 스위프트는 풋볼 스타 트래비스 켈시와의 약혼을 발표하며 자신의 노래 가사를 극복했다. 켈시는 약 9000만 달러(약 1251억원)의 자산을 가진 미 상위 1% 부자이지만, 스위프트는 자산이 16억 달러(약 2조 2400억원)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억만장자다. ‘여성이 남편보다 더 돈을 잘 버는 부부’가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는 미국 사회에서 스위프트 자신이 트렌드의 상징이 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같이 아내가 남편과 비슷하게 벌거나 더 잘 버는 부부가 미국 내에 증가하는 현상을 최근 보도에서 조명했다.

여성, 돈 더 잘 벌어도 집안일도 더 많이…갈등 요소 여전

WSJ는 스위프트 커플은 하나의 상징적인 사례일 뿐, 여성이 가정 경제에 기여하는 비중이 남성보다 커지고 있는 것은 이미 미국 사회의 ‘뉴 노멀(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는 통계에서도 잘 드러난다. 미 워싱턴 DC의 비영리 싱크탱크 퓨리서치센터가 2023년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성 간 결혼에서 아내가 남편보다 더 돈을 잘 버는 부부의 비율은 1970년대 초 약 3%에 불과했다. 그러나 2023년에는 이 비율이 10%로 3배가량 올랐다. 같은 기간, 가정에서 아내가 유일한 생계부양자인 경우도 2%에서 6%로 3배가량 증가했다. 아내와 남편이 비슷한 수준의 소득을 올리는 부부의 비율도 2013년 23%에서 2023년 29%로 올랐다.

이에 대해 크리스틴 문슈 코네티컷대학교 사회학과 부교수는 “가장 많은 돈을 버는 사람이 가족의 큰 의사 결정을 주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제는 여성이 가정에서 그런 역할을 담당하는 경우가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WSJ는 “아내가 남편보다 더 높은 수입을 올리게 되면 가정에서의 역학 관계도 여성 위주로 설정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남성을 무력화시키고 부부관계를 파탄낼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오랫동안 금기시됐지만, 이제는 이런 상황에 익숙해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WSJ은 전통적 성 역할 인식과 아내의 소득 우위라는 새로운 흐름이 충돌하면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슈 부교수는 “여성이 생계부양자여도 여전히 집안일과 양육을 더 많이 맡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경우 재정적으로 독립돼 있는 여성이 불행을 참지 않고 이혼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학술지 미국사회학리뷰(ASR)에 따르면, 알렉산드라 킬레월드 하버드대 사회학과 교수가 2016년 남편이 풀타임으로 고용되어 있는 경우와 아닌 경우 부부가 다음 해에 이혼할 확률을 연구했더니, 전자는 2.5%에 그쳤지만 후자는 그 확률이 3.3%로 상승했다.

정신분석전문가이자 작가인 에리카 코미사르는 “여성이 생계 부양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은 도덕적 승리지만, 이런 문화적 진보에는 개인과 가정에 미칠 수 있는 심리적 불안이나 부담이 뒤따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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