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 10억 이어 CEO서밋에 35만달러 지원
리더스 디너 시 좌석 배정·글로벌 CEO 미팅 혜택
홍보 위해 ATM·환전소 허가 받아
"ATM으로 외국인 홍보하나" … 내부서도 비판

[디지털포스트(PC사랑)=김호정 기자 ]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KB국민은행이 APEC CEO서밋 행사에 또 35만달러(한화 약 5억원)을 협찬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지난해 12월 "APEC 정상회의의 원활한 개최를 지원하겠다"며 10억원을 전달한데 이어 두번째다. 업계에선 과거 APEC 정상회의 행사에 금융기관이 직접 협찬한 사례가 적었던 만큼 두차례의 후원이 이례적이란 반응이다. 일각에선 국가 행사를 특정 기업의 마케팅 창구로 활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대한상의가 주관하는 민간행사인 APEC CEO서밋에는 국내 민간기업과 금융기관 등 20여곳이 후원사로 참여했다. 해당 스폰서십은 대한상의가 먼저 제안했으며 국민은행 등 금융사는 홍보 효과 등을 고려해 협찬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APEC CEO서밋 회의에 5억원을 후원하는 대가는 리더스 디너 행사의 좌석 배정과 함께 글로벌 CEO들과의 미팅 주선이다. 금융기관이 국가 행사에 후원하고 글로벌 리더들에게 투자 설명 기회를 얻는 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APEC 정상회의 부대행사에 금융사가 전면에 나선 건 낯선 풍경이다. 금융권에선 "기업이라면 수출과 관세이슈, 국제공급망 확보 등을 고려해 협찬을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국내 영업 위주의 시중은행이 무슨 이유로 적지 않은 금액을 협찬에 썼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은행이 밝힌 APEC CEO서밋 협찬 사유가 군색해 보이는 이유다.
국민은행 측은 '글로벌 CEO 미팅'과 관련한 구체적 내용에 대해 "스폰서십 혜택과 관련해선 행사를 주관하는 대한상의 측에 문의해 달라"고 밝혔는데, 이는 5억원이 넘는 금액을 후원하면서도 정작 주요 홍보 효과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윗선에서 후원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민은행은 후원 요청을 받고 35만 달러를 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중은행에 대한 후원 요청에 명분이 없었는지, 행사장에 환전소와 ATM기 운영을 제안한 것으로 안다"고도 했다.
당초 국민은행은 공식 후원사가 아니어서 APEC 정상회의와 관련한 브랜드 노출이 제한됐었는데, 이번 스폰서십을 계기로 APEC 행사장 내에 환전소와 현금 자동 입·출금기(ATM) 기기 설치를 통해 홍보 기회를 얻게 됐다.
APEC 정상회의는 올림픽이나 월드컵, 세계 잼버리 등 국제 스포츠 대회나 행사처럼 대규모 관광객이나 관람객을 유치하는 행사가 아니다. 각국 정상과 정치, 외교, 경제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정부간 회의체로 참여국들은 국제 공동 선언 또는 로드맵 등을 제시하는데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환전소와 ATM 설치가 실제로 어떤 홍보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후원금을 받기에 군색했는지 ATM 설치를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가 행사 성격에 맞지 않는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APEC 정상회의는 정부 간 회의이기 때문에 특정 기업이 공식 후원사로 표기되지 않는다. 대신 개최 도시가 주최한 모금과 CEO서밋에선 기업 스폰서가 공개적으로 인정·표기될 수 있다.
이번 2025경주 에이펙 정상회외와 연계된 APEC CEO서밋의 공식 후원사는 KB금융이 아닌 우리금융그룹이다. 이에 따라 KB금융은 당초 회의가 개최되는 경북도와 협력을 통해 APEC 정상회의에 간접적인 홍보를 하는 방식으로 참여했다. 지역 참여 기업들과 함께 부대 프로그램 운영, 전시관, 부스, 프리젠테이션 지원 등 2차적 후원사의 역할을 할 기회를 모색한 것이다.
그러던 차에 대한상의가 최근 APEC CEO서밋의 스폰서쉽 가입을 제안하자 5억원 후원금을 추가로 내며 참여했다.
국민은행은 “민간행사인 APEC CEO서밋 경제인 행사에 후원 제안을 받아 응한 것“이라며 “CEO 서밋 행사 참석 좌석 제공, 글로벌기업 CEO와 미팅 주선 등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APEC CEO서밋 경제인 행사에 대한 비즈니스 교류 차원의 참석이며, 부수적인 홍보 효과와 비즈니스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당장 후원 재원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은행이 투입한 마케팅 비용 5억원은 은행의 핵심 수익 구조인 예대 마진, 즉 이자장사에서 비롯된 만큼 소비자 편익과는 거리가 멀다.
금융권 관계자는 "ATM 기기와 환전소 설치로 홍보 효과가 있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윗선에서 등 떼밀린 KB금융측이 애매한 명분을 만드는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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