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해명없이 거리두기
합작 주도 옛 얘기 … 구단주 '사실무근'으로
"e스포츠 프로젝트 부진과 무관치 않다"
T1, 수년째 재정 악화 … 팬덤·콘텐츠와 따로 놀아

[디지털포스트(PC사랑)=이백현 기자] 글로벌 e스포츠 구단 에스케이텔레콤씨에스티원 합작회사(SK Telecom CS T1, 이하 T1) 설립의 핵심 인물이자 팬들에게 ‘구단주’로 알려진 컴캐스트 스펙타코어의 터커 로버츠(Tucker Roberts) 최고혁신책임자(CIO)가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서 T1 관련 이력을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행보는 공식 해명 없이 이뤄졌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잇따른 e스포츠 관련 프로젝트의 부진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23일 디지털포스트의 취재를 종합하면 T1 지분 약 0.6%를 보유하고 있는 터커 로버츠 CIO는 회사 등기부 등에 법적 임원으로 등록된 적이 한 차례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컴캐스트 '실세' 터커 로버츠 CIO
컴캐스트는 미국 최대 통신사 중 하나로, 터커 로버츠(Tucker Robers)는 컴캐스트의 스포츠 자회사인 컴캐스트 스펙타코어에서 최고혁신책임자(CIO)로 재직하고 있으며 컴캐스트 회장인 브라이언 로버츠(Brian Robers)의 아들이기도 하다.
그는 한국 e스포츠 팬들에게 페이커 ‘이상혁’ 선수가 소속된 리그오브레전드 게임단 T1의 ‘구단주’로 알려져 있으며, T1 조세프 패트릭 마쉬(조 마쉬) 최고경영자(CEO)와의 친분도 유명하다.
2019년 SK텔레콤과 컴캐스트가 T1 합작회사를 설립할 당시에는 합작을 주도한 컴캐스트측 인물로 소개됐다.

이처럼 T1 설립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그가 엑스(X, 구 트위터)에서 T1 관련 내용을 삭제하고, 링크드인(비즈니스·고용 플랫폼)에서는 관련 이력을 등재조차 하지 않은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T1 관련 이력을 삭제한 것은 ‘경영 실패 리스크'를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미국 'OCN' 부활 프로젝트 주도
개국 1년 넘기지 못하고 다시 폐국
이미 로버츠 CIO는 다른 e스포츠 프로젝트에서 실패를 경함한 바 있다. 2021년 말 컴캐스트 스펙타코어에서 게임·엔터테인먼트 채널 ‘G4’를 부활시키는 프로젝트를 주도했으나, 정식 개국한지 1년도 지나지 않아 폐국을 맞이했다. G4는 북미 e스포츠 팬들에게 (온게임넷 스타리크 등으로 이름을 알렸던)한국 게임 방송 채널 ‘OCN’과 비슷한 위치를 지녔던 채널이다. e스포츠 팬과 관계자들의 기대와 향수를 안고 재출범했던 'G4'는 2022년 10월 시청률 저조 및 재정 악화를 이유로 전격 폐쇄되는 결말을 맞았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G4의 폐국 과정에서 전 직원들이 터커 로버츠 CIO를 ‘경영 실패’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했다는 점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왜 G4는 실패했나(Why G4 failed)’라는 제목의 2022년 기사에서 11명에 달하는 익명의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리더십 부재와 전략 혼선으로 인해 G4가 폐국됐다”며, 그 중심 인물로 로버츠 CIO를 지목했다.
워싱턴포스트는 “G4의 부활은 본질적으로 젊은 (터커)로버츠의 기획에서 출발했지만, 전직 직원들은 그를 변덕스럽고, 현장에 거의 없는 인물로 묘사했다”며, “로버츠는 중요한 사항에 대해 의견을 자주 바꾸었고, G4가 운영해야 할 유튜브 채널 수를 계속 변경해 시청자가 분산되었으며, e스포츠 콘텐츠의 방향도 여러 번 바뀌어 혼란을 가중시켰다”고 보도했다. 프로그램 홍보를 위해 유명 스트리머에게 1,400만~2,800백만원 대의 출연료를 지급하고, 특히 타일러(Tyler1)로 알려진 방송인에게는 프로그램에 전화로 2시간 참여한 뒤 2만 달러(약 2,843만 원)를 지급하는 등 ‘방향성 없는 경영’을 했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외에도 중요한 의사결정에서 자주 입장을 바꾸는 한편 현장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며, 프로그램 편성과 콘텐츠 전략이 단기간에 여러 차례 변경됐다는 점이 지목됐다.
로버츠 CIO는 G4 출범 4개월 만인 2022년 3월 공식적으로 G4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전직 직원들은 “중요한 의사결정은 (터커) 로버츠 측에서 주로 나왔으며, 때로는 ‘컴캐스트 스펙타코어 임원이자 측근’인 조 마쉬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증언했다. 2022년 7월 조 마쉬는 G4의 사장직에 선임됐고, 같은 해 9월 폐국까지 T1의 대표직과 겸임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폐국 직전 조 마쉬 CEO는 T1의 인력 일부를 G4에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T1, 수년째 재정 악화
로버츠 CIO, "T1 관련 이력 기재한 적 없어"
한편, 로버츠 CIO가 공동 설립자로 참여한 T1 역시 최근 재정 구조 악화가 지속되고 있다. 운영사 에스케이텔레콤씨에스티원(구 T1엔터테인먼트앤스포츠)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당기순손실은 63억원, 자본총계는 2년 사이 179억 원에서 18억 원으로 급감했고, 부채총계는 3,893억 원으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또 미국 법인도 3년 연속 적자 상태다.
디지털포스트가 터커 로버츠 CIO의 사내 직책에 대해 문의한 결과, T1 측은 “주주 위치에 있으나, T1에 공식적인 직책이 있었던 적은 없다”고 밝혔다. 또 터커 CIO는 T1을 통해 “엑스(X)와 링크드인 등에 T1과 관련된 이력을 기재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터커 CIO는 현재 T1 지분 약 0.6%를 보유하고 있으나, 조 마쉬 T1 CEO와 달리 회사 등기부 등에 법적 임원으로 등록된 적은 한 차례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핵심 수익사업이 수년째 손실 구조에 머무는 상황에서, 대외적으로 T1의 구단주로 알려진 터커 CIO의 ‘T1 거리두기'는 일종의 경영 리스크 회피 전략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상법상 회사 등기부에 이름이 기재된 임원이 아니므로, 회사의 법적 책임과 손해배상, 형사책임 등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질 경영자의 조용한 이력 삭제는 위험한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T1이 팬덤이나 콘텐츠 면에서는 경쟁력이 있지만, 재무 구조 안정화는 여전히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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