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와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19일 공식 선거운동 기간 중 처음으로 같은 자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시가 주최한 '약자와 동행하는 서울 토론회'에 함께 참석한 두 사람은 서울시의 복지정책에 대해 이견 없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된 '보수 단일화'에 대해서는 여전한 온도차를 드러냈다.
김 후보는 이날 토론회 모두발언에서 “우리 당이 잘못해 이준석 후보가 밖에 나가 고생하고 있지만 고생 끝에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며 “정책 방향도 늘 함께 가고 있고, 나는 지금도 이 후보를 다른 당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공개 러브콜을 보냈지만 이준석 후보의 반응은 단호했다. 뒤이어 연단에 오른 이 후보는 김 후보에 대해 언급조차하지 않았다.
이 후보는 행사장을 나온 직후 기자들의 물음에 “요즘 당연한 말을 하는 것들이 왜 이렇게 새롭게 느껴지나 생각이 들 정도로 이상한 상황”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이 후보는 “3년 동안 아주 큰 성과를 내놓은 직후에는 '표 떨어진다'고 내쫓더니, 요즘은 다른 생각을 하는 걸 보니 환절기인가보다”라며 “그렇다고 제 정치적 입장이 달라질 것 없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날 토론 후 “양극화와 교육 격차에 대한 고민을 나눴다”고만 밝히며 정치적 중재에 적극 나서지 않았음을 전했다. 두 후보가 서울시의 '디딤돌 소득'과 '서울런' 정책 전국 확산에 공감대만 보였다고만 했다.
이후 청계광장에서 열린 청년 정책 발표 자리에서도 김 후보는 “생각과 정책이 다르지 않다. 지금은 헤어져 있지만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단일화의 문이 열려 있음을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이 후보는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선거는 이준석과 이재명의 일대일 결전의 장이 돼야 한다”며 김 후보와의 단일화 논의에 선을 그었다. 그는 “지금은 세대교체와 미래 경쟁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보수진영이 승리하려면 젊고 진취적인 유권자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후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단일화의 문을 여전히 열어두고 있는 반면, 이 후보는 보수진영 내부와의 조율보다 '반이재명 단일구도' 형성에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선거까지 2주를 남겨놓은 상황에서 '보수 후보 단일화'는 물밑 가능성만 남긴 채 평행선을 이어가고 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