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승규 기자] 국내 OTT 사업자들이 적자 탈출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OTT 사업자들은 규제 강화 이후 성장 동력이 꺾일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부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 강한 규제로 인해 점유율이 줄어든 방송업계의 뒤를 쫓아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OTT 사업자들은 지난 9월 MAU(월간활성이용자수) 티빙 787만 명, 쿠팡플레이 679만 명, 웨이브 427만 명을 기록하며 넷플릭스(1167만 명)을 바싹 쫓고 있다.
OTT 사업자들은 MAU 성장을 통해 적자에서 탈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티빙과 웨이브는 각각 1420억·803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국내 OTT 사업자들은 스포츠 투자를 통해 MAU를 대폭 증가시키거나 콘텐츠 제작비 효율화 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절차가 마무리돼가며 초대형 OTT 탄생을 목전에 뒀다. 티빙과 웨이브의 MAU를 합치면 1200만 명이 넘어서는데 이는 국내 한정 넷플릭스의 MAU를 뛰어넘는 수치다.
정부는 성장하고 있는 OTT 사업에 규제를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현행 방송법, 인터넷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 전기통신사업법으로 분산된 미디어 규율체계를 개편하는 법안을 검토 중이며, 신·구 미디어를 포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통합미디어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통합 미디어법이 추진되면 OTT 사업도 방송법의 영향을 받게 된다.
OTT 사업이 방송법 규제에서 아예 벗어난 만큼 제도권에 편입돼야 될 필요성은 이전부터 제기됐다. 한 업계 관계자도 "OTT 업계는 아무런 규제를 받고 있지 않는 무방비한 상태다"라며 "글로벌 OTT들이 우리나라 국민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하는 상황인 만큼 최소한의 법의 바운더리에 들어갈 필요는 있어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방송법 개정 이후 국내 OTT들이 규제로 인해 성장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송법의 영향을 받는 방송업계는 이미 넷플릭스·유튜브와 비교해 경쟁력이 뒤처진다고 평가 받고 있다. 방송업계는 정부에 규제 완화를 지속 요구하고 있으며, 지난 달 31일 방송학회가 주관한 세미나에서도 이런 부분에 대해 지적했다.
심미선 순천향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교수는 세미나에서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사업자의 국내 미디어시장 진입 이후 제작비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방송 사업자들이 콘텐츠 확보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황유선 KISDI 미디어정책연구실 연구원도 OTT와의 경쟁을 위해 방송 규제를 완화하고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송업계는 최소한 방송 사업에서 심의와 PPL 광고 규제를 완화해 OTT와의 경쟁력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OTT 업계는 통합미디어법 개정 시 방송업계와 마찬가지로 경쟁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OTT 사업이 자유도를 바탕으로 성장했던 만큼 규제 강화가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해외 사업자인 넷플릭스와 유튜브는 인앱결제·망사용료 때와 마찬가지로 통합미디어법 제정 이후에도 규제의 영향을 받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는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해외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역차별'을 받게 될 문제가 산재해 있다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OTT 기업들이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규제 강화하는 움직임은 시기상조로 보인다"라며 "규제를 강화할 시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매출 규모도 훨씬 큰 글로벌 OTT들과 비교해 아직 성장세에 놓인 국내 OTT 들은 직격타를 맞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의 자유도를 보장하면서도 이용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규제가 강해지면 시장이 위축되고 시장에만 맡기면 이용자 보호가 힘들어질 수 있는 만큼 균형 있는 규제가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