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 처벌 지나치게 가혹
반도체 공장 건설에 겹규제
준공까지 韓8년 vs 日22개월
“한국으로 아시아 본부를 옮기라고 해봤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으로 CEO가 감방갈 수 있다고 안온답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의 일갈이다.
김 장관이 19일 매일경제 이코노미스트클럽 행사에서 “우리나라 사법체계상 산업재해에 대한 처벌이 가혹하다”며 “해외 기업인들이 한국에서 경영하다가 감옥에 갈 수 있다고 겁을 먹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국내 기업 총수들도 감옥에 갔다 왔는데 외국인이라고 해서 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지 않느냐”고 했다.
국내에 자리한 글로벌 기업의 아시아·태평양 본부는 100개도 되지 않는다. 싱가포르에 5000개, 홍콩에 1400개, 중국 상하이에 900개가 위치한 것과 크게 차이가 난다. 김 장관은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가 좋지만 각종 규제는 물론이고 노동시장 유연성이 낮아서 그렇다”고 원인을 지적했다.
김 장관은 비정상적인 노사관계를 가장 큰 걸림돌로 꼽았다.
그는 “일본에 방문해 노사관계를 비교해보니 일본이 훨씬 선진적이었다”며 “도요타 자동차의 1차 벤더 업체 노동조합을 만나서 물어봤더니 노조위원장이 자신들은 임금 인상보다는 고용 안정을 우선시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노동조합수는 일본이 2만3392개로 한국의 6005개보다 훨씬 많다. 하지만 노동생산성은 한국이 43.1달러일 때 일본은 48.1달러로 조사됐다.
노동쟁의 참가자수는 한국의 경우 5만1000명으로 8000명에 그친 일본의 6배 이상이었다. 노동손실일수로 보면 차이는 더 벌어져 2021년 한국의 노동손실일수는 47만2000일에 달했던 것에 비해 일본은 1000일에 불과했다.
반면 한국의 임금인상률은 일본보다 훨씬 가팔랐다. 2002년과 2022년을 비교했을 때 한국 대기업은 평균임금이 157% 상승했고 일본 대기업은 6.8% 감소했다. 중소기업의 경우 같은 기간 한국은 111% 올랐고 일본은 7% 오르는 데 그쳤다. 김 장관은 “20년 동안 한국과 일본의 임금이 완전히 역전됐고 최저임금도 우리나라가 더 높다”고 했다.
김 장관은 정부 규제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비판했다. 일본의 경우 구마모토에 위치한 TSMC 공장은 인허가 절차 간소화, 그린벨트 해제 등 규제혁신을 통해 준공기간을 22개월로 단축했는데, 한국 용인의 SK하이닉스 공장은 각종 규제와 절차 지연 등으로 인해 8년 이상 소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클럽 참석자들이 반도체 연구개발(R&D) 종사자에게 ‘주 52시간제’를 예외로 인정하자는 법안에 대해 김 장관의 의견을 묻자, 김 장관은 “지금은 (화이트 이그젬션) 욕심을 내지 말고 송곳처럼 원포인트로 돌파할 때”라고 긍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차등임금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고수했지만 “최저임금 제도개선 연구회 연구 결과를 토대로 노사 의견을 들어서 업종별 차등임금을 입법하려고 한다”며 “지금은 그 절차 중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