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지구 완전 점령 계획을 내놓고 북부 가자시티와 중부 난민 캠프를 점령하겠다고 밝혔지만, 화려한 수사와 달리 구체적 계획은 빠진 모호하고 공허한 선언에 가깝다는 비판이 이스라엘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명확한 출구전략 없는 점령 계획으로 이스라엘이 ‘끝없는 전쟁’에 빠질 우려가 있으며, 이는 바로 네타냐후 총리가 정권 유지를 위해 바라는 바라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1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내부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새 점령 계획이 “모호한 선언”에 그쳤으며 이스라엘군은 전술적 전투 계획을 내놓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내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연이어 기자회견을 열고 속도전을 강조했지만, 가자시티 점령이 언제 시작되고 얼마나 지속될지에 대한 공식적 발표는 없었다. 이스라엘군은 작전 수행에 필요한 예비군 동원령을 내리지 않았으며, 가자시티에 거주하는 수십만 명 주민들에 대한 추방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앞서 안보내각은 가자지구 전쟁 시각 2주년이 되는 10월7일까지 가자시티 주민들을 대피시키겠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의 점령 계획에 대한 비판이 이스라엘 좌우파 양측에서 모두 제기되고 있다. NYT는 “팔레스타인인, 이 계획에 반대하는 네타냐후 총리를 비판하는 진영, 이 계획이 충분치 않다고 주장하는 극우 진영 모두의 분노를 샀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정치평론가이자 전 주미 대사인 알론 핀카스는 “유일하게 가시적인 아이디어는 전쟁의 장기화”라며 “네타냐후 총리는 세부사항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전쟁은 군사작전과 일치하는 명확한 정치적 목표를 갖고 있지 않다. 종착점도, 전후 가자지구에 대한 정치적 비전도 없다”고 지적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계획이 모호한 이유는 이스라엘 군 내부의 반대와도 관련 있다. 네타냐후 총리와 극우 내각은 가자지구의 완전 점령을 강하게 밀어붙였지만, 이는 군 고위 간부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에얄 자미르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가자지구에 남아있는 생존 인질 20명의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고, 장기간 전쟁으로 누적된 군의 피로감 등을 이유로 이에 반대했다. 결과적으로 안보내각은 북부 가자시티를 우선 점령하는 제한적 계획을 내놨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계획이 네타냐후 정부와 이스라엘군의 균열을 드러냈으며, 군 고위 간부들 사이에서 더는 전략적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믿음을 강화시켰다고 지적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자미르 참모총장을 해임하겠다고 압박했으며, 전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군대를 가진 나라이지, 나라를 가진 군대가 아니”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가자 점령 확대가 이스라엘을 ‘끝없는 전쟁’에 스스로를 가둘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CSIS는 가자시티 점령 계획이 장기적이고 실현 가능한 전략이 부재함을 드러낸다며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빠져나오기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가자지구에서 반군 활동을 촉발할 가능성이 높으며, 하마스 잔여 세력, 극단주의 지하디스트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레츠는 네타냐후 총리가 인질 문제를 포기했다고 비판했다. 가자지구 점령 이후 하마스도 아닌,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도 아닌 민간 정부를 수립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구체적 실체가 없는 공허한 선언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가운데 이스라엘을 향한 국제사회의 비판은 거세지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유엔 국제군에게 가자지구 통제권을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엔의 권한을 부여받은 안정화군을 파견해 가자지구 안보를 보장, 민간인을 보호하고 팔레스타인 통치를 지원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날 호주도 프랑스·영국·캐나다에 이어 다음 달 열릴 유엔총회에서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할 계획이라고 밝혀 ‘두 국가 해법’에 힘을 더했다.
한편 아랍 중재국들의 가자지구 휴전 협상 노력은 지속되고 있다. 스카이뉴스 아라비아는 이집트·카타르·터키 등 중재국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제시할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정의 새로운 틀을 마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레츠는 12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하마스 대표단이 이집트 고위 관리들과 회담을 갖고 휴전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