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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5월 12일 총선을 앞둔 필리핀에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이 폭탄 테러로 상원의원 15명을 죽여야 한다고 말해 충격을 주고 있다.
18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지난 13일 마닐라에서 열린 'PDP 라반' 당의 상원의원 후보 9명을 위한 집회에서 이들이 상원에 들어갈 수 있게 빈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며 이같이 발언했다.
이 당 소속인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이제 (상원의원 후보가) 많이 있다"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상원의원을 죽여서 공석을 만들까"라고 말했다.
이어 "상원의원 15명 정도를 죽일 수 있다면 (PDP 라반 당 후보들이) 모두 (의회에) 들어갈 수 있다"면서 "그렇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폭탄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발언에 당 지지자들은 웃음을 터트렸고 "죽여라, 죽여라"라고 구호를 외쳤다.
과거 정치적 동맹에서 대립 관계로 돌아선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현 대통령과 두테르테 전 대통령 측이 맞선 이번 총선에서는 상원 의석의 절반인 상원의원 12명, 하원 전체인 하원의원 316명, 주지사 82명 등이 선출된다.
발언이 공개되자 필리핀 경찰청은 법무부에 반란 선동 등 혐의로 두테르테 전 대통령을 형사 고발했다.
경찰청 간부는 기자들에게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말은 추종자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실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면서 "이 같은 범죄 활동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것은 경찰의 의무의 일부"라고 밝혔다.
고발장이 접수됨에 따라 필리핀 검찰청은 수사를 할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는지 살펴보게 되며, 향후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유죄 판결 시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딸인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도 자신이 피살되면 마르코스 대통령 부부 등을 암살하도록 경호원에게 지시했다고 발언했다가 반란 선동 등 혐의로 기소될 위기에 처했다.
두테르테 부통령은 또 암살 발언과 부통령실 예산 유용 의혹 등으로 인해 이달 5일 하원에서 탄핵안이 가결됐다. 필리핀에서 부통령을 재판하는 탄핵심판소 역할은 상원이 맡게 된다.
앞서 2022년 대선에서 두테르테 부통령이 마르코스 대통령과 러닝메이트를 이뤄 당선되면서 두테르테 가문과 마르코스 가문은 강력한 정치적 동맹을 구축했다.
그러나 이후 친중 성향인 두테르테 전 대통령과 달리 마르코스 정부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중국과 충돌하고 친미 노선을 걷자 두 가문은 불화를 빚기 시작했다.
이 밖에도 마르코스 대통령의 헌법 개정 추진,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남부 민다나오 섬 독립 주장 등을 둘러싸고 양측의 의견이 부딪쳤다.
결국 지난 6월 두테르테 부통령이 교육부 장관과 반군 대응 태스크포스(TF) 부의장에서 물러난 이후 양측의 동맹은 완전히 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