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곽 전 사령관 검찰 자수서 전문 확보
윤석열·김용현 ‘의원 이탈 지시’ 내용 포함 확인
김 단장의 ‘곽, 야당서 회유’ 국회 증언과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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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이 검찰에 낸 자수서에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국회의사당 내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5분 간격으로 연락해 지시’한 사실이 적혀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현태 특전사 707특수임무단장은 앞서 국회에 나와 곽 전 사령관의 자수서에 ‘국회의원’이라는 단어는 없었다고 증언했는데, 곽 전 사령관의 자수서에는 ‘의사당 내 의원’이라는 단어가 명시됐다.
20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경향신문 취재 등에 따르면 곽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에서 계엄 해제를 의결하기 전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연이어 내렸다는 내용을 자수서에 적어 지난해 12월9일 검찰에 제출했다.
곽 전 사령관의 직속 부하인 김 단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단독으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질의에서 곽 전 사령관의 자수서를 직접 봤다면서 “자수서엔 ‘아직 국회 의결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다’ ‘의사당 안에 있는 사람들을 빨리 데리고 나와라’고 적혀 있었고 ‘국회의원’이나 ‘본회의장’ ‘끌어내라’ 같은 단어는 없었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그러면서 윤 대통령에게서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곽 전 사령관이 야당 의원들로부터 회유당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경향신문이 확보한 곽 전 사령관이 제출한 자수서 전문에는 윤 대통령이 지난해 12월4일 0시30분쯤 비화폰으로 곽 전 사령관에게 전화해 “아직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으니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키라”고 지시했다고 적혀있다. 이 자수서에는 5분쯤 뒤 김 전 장관 역시 곽 전 사령관에게 비화폰으로 전화해 “국회의사당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키라”고 지시했다고 명시됐다.
다만 곽 전 사령관이 실제로 윤 대통령과 통화에서 ‘의원’이라는 단어를 들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곽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이 당시 국회 안 ‘인원’을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고 진술을 바꿨다. 이는 윤 대통령 측이 곽 전 사령관의 진술이 거짓이라고 주장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정형식 헌법재판관도 지난 6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6차 변론에서 “법률가는 말이 달라지는 것에 따라 증언의 신빙성을 판단하게 된다”며 이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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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정황을 종합해볼 때 당시 윤 대통령이나 김 전 장관이 말한 정확한 단어가 무엇이든 그 지칭 대상은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해 모인 국회 본회의장 내 국회의원일 가능성이 크다. 곽 전 사령관이 의원이나 인원 등 그 대상을 지칭하는 용어와 별개로 윤 대통령이 ‘의결정족수’를 언급했다고 기억하는 점이 이를 뒷받침 한다.
곽 전 사령관도 당시 들었던 용어가 무엇인지를 두고는 말을 바꿨지만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사실은 비상계엄 이후 초기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곽 전 사령관은 처음 검찰에 낸 자수서에도 김 전 장관의 지시 옆에 ‘의미는 맞으나 용어는 정확하지 않다’고 부연해 적었다. 곽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 6차 변론에서도 “(윤 대통령 전화를 받았을 때) 본관 안에 작전 요원들이 없었기 때문에 (끌어내라는 대상이) 당연히 의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