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어? 벌써 한 시간이 지났네?" 짧은(숏폼) 영상을 스크롤 하다 보면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짧고 강렬한 자극이 주는 도파민의 짜릿함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영상을 보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이 과정이 뇌 건강에 미칠 영향을 거의 인지하지 못한다. 숏폼 영상이 우리의 뇌에 미치는 영향과 이를 건강하게 즐기는 방법을 알아보자.

요즘 주요 미디어에서 ‘도파민’이라는 단어를 흔히 접할 수 있다. 도파민(Dopamine)은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로, 쾌락적인 만족감을 느낄 때 활성화된다. 도파민은 단순히 기분을 좋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억력과 인지 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슬기말틀(스마트폰)과 게임 사용이 많아질수록 도파민이 과도하게 분비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도파민은 적절한 수준으로 분비될 때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과다 분비될 때 문제가 된다. 더 강한 자극과 보상을 원하게 되고, 만족감이 점점 줄어들면서 집중력이 저하된다. 반대로 도파민이 부족하면 우울감과 공허함을 느낄 수 있다. 오늘날처럼 무한한 콘텐츠가 생산되고 자극적인 정보가 넘쳐나는 현대 사회에서는 도파민 조절이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다.
이 가운데, 최근 청소년들의 슬기말틀과 누리소통망(SNS) 사용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과도한 누리소통망 사용으로 인해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콘텐츠에 쉽게 노출되고, 숏폼 콘텐츠에 중독되는 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안과 제도 개선이 논의되고 있다.
조정훈 국회의원은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16살 미만 청소년의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같은 누리소통망 사용 시간을 하루 단위로 제한하고, 중독을 유도하는 알고리즘을 사용할 때 반드시 보호자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규제 움직임은 국내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플로리다주는 14살 미만 아동이 누리소통망 계정을 보유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도입했으며, 호주와 유럽에서도 청소년들의 누리소통망 사용을 제한하는 방안이 공론화되고 있다.
청소년들의 게임 중독을 막기 위해 시행됐지만, 실효성 논란 끝에 폐지된 ‘게임 셧다운제’도 결국 정책적으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10여 년 만에 폐지된 ‘게임 셧다운제’와 비슷한 느낌이다. 중요한 것은 정책적으로 규제하기에 앞서 자발적인 예방 노력이 더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예방법 위주로 소개한다.
짧게는 15초, 길게는 60초 이내의 짧은 영상 콘텐츠인 숏폼은 마약 수준의 중독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짧아서 시청하기에 부담이 적고, 손가락 움직임 한 번으로 간단하게 다음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어 몰입도가 높은 게 특징이다. 중독의 3가지 요소는 ‘신호’, ‘보상’, ‘갈망’인데, 숏폼은 이 3가지를 모두 갖추고 있다.
문제는 숏폼 중독이 도파민 중독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평소보다 강한 자극을 받으면 도파민 분비가 많아지고 즐거움을 느끼는데 이 과정이 과도하게 반복되면서 중독에 빠지고 더 강한 자극을 찾게 된다. 과도한 숏폼 시청이 도파민 중독을 유발할 수 있는 것이다.
숏폼 중독이 마약이나 알코올 중독처럼 직접적으로 신체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해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울증, 무기력이나 갈망과 같은 금단 현상, 성장기 어린이의 뇌 발달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른바 뇌를 팝콘처럼 부풀게 만드는 ‘팝콘 브레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팝콘 브레인은 소소한 자극에는 뇌가 반응하지 않고 팝콘처럼 튀어 오르는 강렬한 자극에만 반응하는 뇌를 말하는데 팝콘 브레인 상태가 되면 일상에서의 소소한 자극에는 반응하지 않고 더 강한 자극을 원하는 내성이 생겨 숏폼을 보지 않으면 무기력함과 보고 싶다는 갈망이 생기는 금단 현상도 발생한다. 갈망을 해결하기 위해 다시 숏폼을 시청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어린 시절, 어른들은 텔레비전을 많이 보면 머리가 나빠진다며 나무랐다. 그런데 지금은 우리 다음 세대 아이들에게 슬기말틀을 오래 보면 머리가 나빠진다는 교육을 해야 할 판이다.
숏폼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도파민 디톡스’가 필요하다. 만약 다음과 같은 신호가 나타난다면 도파민 중독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 하루 종일 무언가에 집중하기 어렵다.
▲ 시도 때도 없이 온라인 접속 욕구가 생긴다.
▲ 번개글(이메일), 누리소통망 계정을 반복적으로 확인한다.
▲ 잠들기 전 몇 시간 동안 손말틀(휴대폰)을 사용한다.
▲ 대면 대화보다 사진 촬영이나 누리소통망 포스팅에 더 신경 쓴다.
▲ 손말틀 사용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 기분 전환이나 현실 회피를 위해 온라인에 접속한다.
▲온라인에 접속하지 못할 때 초조함, 짜증, 슬픔 등의 불편한 감정이 든다.
▲ 과도한 누리소통망 사용과 게임 등으로 수면 부족 등 건강 이상을 종종 경험한다.
▲인간관계, 직업, 학업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 10가지 가운데 5개 이상에 해당한다면, 도파민 중독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숏폼 콘텐츠에 중독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점검표를 아래와 같이 작성해 볼 수 있다.
1. 콘텐츠 노출 시간 제한하기
- 숏폼 이용 시간을 줄이고, 앱의 자동 재생 옵션을 비활성화한다.
2. 하루 중 일정 시간 이상 슬기말틀을 멀리하는 습관을 들인다.
- 잠들기 30분 전에는 슬기말틀을 사용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는 슬기말 틀을 내려놓 고 대화에 집중한다.
3. 독서, 운동 등 취미 활동을 꾸준히 한다.
- 슬기말틀을 보는 거 외에 독서나 운동, 요리, 여행, 오프라인 모임 참석 등 의식적으로 새로운 취미 나 능동적인 활동을 계획하고 실천한다.
AhnLab 콘텐츠마케팅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