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 "한·미, 3500억 달러 밀당 중…APEC 전 윈윈 패키지 낼 것" [외교장관 인터뷰]

2025-10-03

조현 외교부 장관

조현 외교부 장관은 현재 진행 중인 한·미 관세 및 비자 협상과 관련해 “한·미동맹 강화와 국익 우선 협상 기조는 충분히 양립 가능하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지난 1일 중앙SUNDAY와 인터뷰에서 “미국도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면 제조업 등에서 경쟁력을 갖춘 한국이 필요하고, 한국도 한·미동맹을 계속 유지·발전시켜야 급변하는 한반도 주변 정세 속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등 우리의 정체성을 지켜나갈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 장관은 “우리도 국익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양국 모두 윈윈할 수 있는 패키지를 만들어내기 위해 협상 중”이라며 “이달 말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까지 상호 이익이 되는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장관은 미국의 3500억 달러 선불 요구를 둘러싼 국내 비판 여론에 대해서는 “정부가 최선을 다해 협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반미 분위기로 보는 건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며 “안보뿐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서도 한·미동맹이 강화돼야 주변국들도 우리를 쉽게 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맹파·자주파는 20년 전 프레임국익파·실용파만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7월 취임 후 그 어느 때보다 복잡다단한 국제정치 현안들과 마주해야 했다. 당장 한·미 관세 협상이 발등의 불이었고 조지아주 구금 사태 이후 비자 문제도 민감한 이슈로 떠올랐다. 급변하는 한반도 주변 정세 속에서 한·중, 한·일 관계와 대북 정책 기조를 재정비하는 것도 만만찮은 과제였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정치학자 그레이엄 앨리슨의 『예정된 전쟁』과 케빈 러드 전 호주 총리의 『피할 수 있는 전쟁』이란 책을 언급하며 “지금은 현실적인 외교적 해법을 추구해야 험난해진 국제 정세에서 생존할 수 있다”며 “새 정부가 실용외교를 내세우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밝혔다.

미국 비자 쿼터·제도 개선안 계속 논의

한·미 관세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3500억 달러 패키지는 지난 8월 한·미 정상회담 전에 대강 합의를 했고 정상회담에서도 재차 확인한 바 있다. 당시에도 우리는 일본과는 다르다, 국민에게 부담되는 내용이 있으면 양해각서(MOU)든 조약이든 국회에 가야 한다는 점을 미국 측에 분명히 얘기했다. 그런데 이후 미국에서 우리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을 조금 더 얹어서 요구해 왔다. 이에 대해서는 이재명 대통령도 이면 협상은 없고, 국익 최우선으로 협상할 것이며, 상업적 합리성에 기초해 이뤄져야 한다는 3대 원칙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현재는 서로의 안을 주고받으며 밀고 당기는 과정이 계속되고 있는 중이다.”

협상 마지노선은 있나.

“APEC 이전에 상호 수용 가능한 윈윈 패키지를 만들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통화스와프도 미국이 전부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어떤 대안을 제시할 수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미국도 ‘라이징 차이나’에 쫓기는 상황이고 우리도 이대로 가면 경쟁력 있는 제조업 분야에서도 중국의 힘에 밀릴 처지다. 이처럼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만큼 상호 이해의 폭을 넓혀 나가는 가운데 우리의 국익을 지키면서도 한·미동맹을 강화·발전시키는 게 얼마든지 양립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비자 협상은 일부 진전이 있었다.

“우리 국민을 그렇게 구금하는 건 정말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 발생한 거였다. 당장 미국으로 건너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만나기로 했는데, 갑자기 날짜를 하루 늦추더라. 그런데 만나자마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거 잘못됐다. 그들이 계속 거기에서 일하게 하고 기술 전수를 받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후 사정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나는 즉각 석방 후 한국행, 공항까지 수갑 절대 금지와 미국 재방문 때 불이익이 없도록 강하게 요구해 확답을 받아냈다. 새로운 비자를 만들거나 쿼터를 확보하는 등 제도적 개선 방안도 계속 논의 중이다.”

한·미 현안을 얘기하는 과정에서도 중국에 대한 언급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중국은 이미 한·미 양국에 ‘제1의 변수이자 상수’로 자리 잡았다. 문답은 자연스레 한·중 관계로 이어졌다.

중국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

“중국은 불편한 이웃이란 말도 있는데, 아니다. 중요한 이웃이다. 체제는 분명히 다르지만 14억 인구의 경제 강국인 만큼 협력할 건 협력하고 상호 이익을 추구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법을 잘 연마해야 할 때다. 서비스·금융 등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확대를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서로 지킬 건 철저히 지켜야 한다. 중국의 서해 불법 구조물 설치에 강력 항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서로 불필요한 자극은 하지 말자는 거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도 혐중 시위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

미국보다 일본을 먼저 방문했다.

“그걸로 ‘친중반일’ 프레임은 깨진 것 아닌가. 일본 정계도 예상 밖 행보에 크게 반겼고 미국도 배경을 설명하니 ‘일본 먼저 잘 들렀다. 고맙다’고 수차례 환영의 뜻을 밝혔다. 역사 문제는 엄연히 존재하는 거다. 일본 스스로 성찰하고 부끄러워해야 한다. 다만 과거사는 과거사대로 인내심을 갖고 단호하게 다뤄 나가되 미래 지향적인 한·일 관계도 동시에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격변의 국제 환경에서 과학기술·경제통상·문화 등 협력할 분야도 적잖다. 한일포럼 등 민간 고위급 대화 채널도 보다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일포럼 등 민간 대화채널 활성화 기대

비핵화는 포기하는 거냐는 우려도 적잖다.

“핵 없는 한반도를 만든다는 우리 정부의 목표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 중요한 건 상호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신뢰를 회복해 지금의 적대 관계를 평화 공존 관계로 전환하는 것이다. 미국도 비핵화라는 기본 입장에 변함이 없다.”

동맹파·자주파 논란에 대해서는.

“그건 20년 전 프레임일 뿐, 지금은 동맹파·자주파는 없고 국익파·실용파만 있다. 이번 주 민주당 의원 모임에 초청돼 발표를 했는데, 끝나고 한 의원이 ‘국익을 최우선으로 강조하는 모습을 보고 안심했다’고 하더라.”

APEC 정상 외교도 관심사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일본 새 총리 모두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스타일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전격 회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데, 그럴 경우 우리는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외교부 혁신 계획은.

“과거 냉전시대 외교의 구습이 아직도 남아 있다. 무엇보다 쓸데없는 보고서나 지나친 의전부터 과감하게 줄일 생각이다. 대신 행정 업무를 최대한 줄이고 조직을 정책 부서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젊은 외교관들부터 정책 개발에 집중하도록 조직을 바꿔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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