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동생도 산재 사망”…李, “야간 노동자 얘기는 쿠팡 때문”

2025-12-11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주재한 기획재정부·고용노동부·농림축산식품부 등의 업무보고는 마치 ‘1인 국정감사’를 방불케 했다. 이 대통령은 쉴 새 없이 질문하며 “속도가 생명”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대통령 업무보고는 오는 23일까지 19부, 5처, 18청, 7위원회와 공공기관 228곳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생중계된 업무보고는 각종 지시와 질의응답이 4시간 넘게 오갔다.

이 대통령은 각 부처에 ‘정책 속도전’을 강하게 요구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의 기재부 업무보고가 마무리되기 전부터 이 대통령은 공공기관 통폐합과 관련해 “기재부 소관이냐”고 물으면서 “속도를 좀 내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대규모 수출과 수주 지원을 위한 기재부의 ‘전략수출금융기금’ 조성 방안에 대해서도 “이것도 좀 속도를 내달라”고 했다.

형사 처벌 대신 경제 제재의 비중을 늘리는 ‘경제형벌 합리화’에는 “TF를 만들었으면 속도를 좀 내라”는 지적도 했다. 이 대통령은 “돈 벌기 위해서 법률을 어기는 경우, 이익 보는 사람이 처벌받는 게 아니고 실무 책임자 처벌에도 한 5~6년씩 걸린다”며 “경제 영역에는 그에 합당한 경제적 부담을 지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무슨 팡’인가 하는 곳에서도 막 (규정을) 어기지 않나”이라며 “그런 곳은 처벌이 두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대규모 개인정보를 유출한 ‘쿠팡’을 지목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고용노동부 업무 보고를 받고 “야간 노동자의 건강권 이야기는 사실 쿠팡 때문이 아니냐”라며 “새로운 노동 형태라 새로운 규제의 기법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밤 10시에서 새벽 6시까지는 (임금을) 50% 할증하게 돼 있는데 이게 너무 가혹하고, 심야 노동 때문에 많이 죽는 거 아니냐”며 “이것을 금지시키자는 주장도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산업재해 인정과 관련해 “사적 판단일지 모르겠지만 (내) 여동생이 일하다가 새벽에 화장실에서 사망해 산재 신청했는데 안 해줘서 소송하다 졌다”며 “당한 사람 입장에서 보면 가혹한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박종길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을 향해 “산재 인정 판정이 너무 짜다는 주장은 없느냐”며 “힘없고, 약한 사람들이 험한 환경에서 일하다 그러는 경우가 많은데 각별히 보호를 잘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이 굳은 표정으로 특정 기관을 질타할 때는 일순간 회의장이 고요해졌다. 이 대통령은 이명구 관세청장을 향해 “국내 마약 반입이 문제인데, 요새 특송화물이나 국제우편으로 많이 오지 않으냐”며 “인력을 투입해 추가 검색을 하라고 했는데, 이걸 전체 우편집중국에 다 하고 있냐”고 물었다. 이 청장이 “동서울우체국 한 군데만 한다”고 답변하자, 이 대통령은 “우편집중국이 스물 몇 개인데, 그중에 하나만 하느냐”고 되물었다.

이에 이 청장이 “이미 통관이 된 것을 다시 우체국에서 본다는 부분에 있어서 법적인 문제와 관련해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하자, 이 대통령은 말을 끊고 “내가 이 얘기한 지가 몇 달이 됐는데, 아직도 고민이 안 끝났느냐”라고 질타했다. 이 대통령은 “(마약) 특송을 막아야 될 거 아니냐”며 “인력이 없어서 필요한 일을 못 한다는 건 진짜 말이 안 되다”라고도 했다.

업무보고에 앞선 모두발언에서 이 대통령은 “지금 대한민국은 분수령 또는 분기점에 서 있다”며 “공직자 여러분에 나라의 미래와 다음 세대의 삶이 달려 있다고 생각하고 책임감을 가져 달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인사에 대해 ‘심각하다’ 그런 게 있으면 익명으로 저한테 텔레그램이라도 보내달라”며 “제가 곧 시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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