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3개월 만에 돌아온 <오징어게임>. 폭풍 같은 화제성은 없었다. 우리 시청자들은 오히려 비판이 더 했다. ‘탑’을 비롯해 물의를 빚은 배우들을 섭외하며 시작된 혹평은, ‘넷플릭스’에 공개된 날부터 수위가 높아졌다. 지금도 국내는 불만족의 목소리가 컸다.
해외 비평은 엇갈렸다. 시즌 2에서 이야기를 일단락짓지 않고 매우 어정쩡하게 7회로 문을 닫은 것에 대한 비판이 제일 컸다. 이 비판은 국내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기대보다 낫다는 목소리와 함께 자본주의와 권력의 민낯을 잘 드러냈다는 극찬의 목소리도 있다.
그런데 이 모든 비평과 상관없이 일주일 만에 대성공을 거뒀다는 지표들이 속속 나왔다. 일단 공개 이틀 만에 넷플릭스가 서비스되는 93개국에서 모두 1위를 기록했다. 역대 가장 빠른 기록이다. 공개 첫 주 시청 6800만도 역대 최다다. 수익 예상이 1조5000억 원이란 계산도 있다. 제작비가 시즌 1보다 4배 늘어난 1000억. 그런데 수익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오징어게임 2>의 첫 회 제목은 “빵과 복권”이었다. 시즌 1의 우승자로 혼자 살아남은 성기훈(이정재)은 복수심을 품고 ‘오징어게임’ 자체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사채업자들과 협력으로 일단 게임 참가자를 모으는 일명 ‘딱지남’부터 찾았다. 그런데 딱지남(공유)은 지하철에만 있지 않았다. 탑골공원 노숙자들을 상대로 ‘빵’과 ‘복권’을 내밀며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 결과는 모두 복권이었다. 딱지남은 그런 이들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가지고 온 빵을 모두 짓이긴다.
배고픔을 해결할 수 있는 빵 대신 당첨 가능성이 희박한 복권을 선택하는 모습은 자본주의 세상의 단면을 보여준다. 문제는 그 뒤다. 기훈과 딱지남이 대면한 상황에서 두 사람은 ‘러시안 룰렛’을 하며 가시 돋친 설전을 펼친다. 기훈은 딱지남을 향해 ‘주인을 향해 꼬리치는 개XX’라고 비난하고, 딱지남은 기훈에게 ‘네가 살아남았을 뿐 똑같은 쓰레기’라고 힐난한다.
그 뒤 기훈은 다시 오징어게임에 초대받는다. 게임을 중단하기 위해 준비했던 모든 수단은 실패한다. 그리고 프런트맨(이병헌)이 ‘001’번으로 접근해 판단에 혼선을 준다. 과연 기훈은 그토록 갈구해왔던 대로 게임을 멈출 수 있을까. 과연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까.
<오징어게임 2>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없다. 이미 촬영이 다 끝났으니 내용이 바뀔 리도 없다. 그러나 이미 참가자 456명 중 절반 이상이 죽어 나갔다. 이제 게임마다 투표로 지속과 중단을 선택할 수 있지만 더 많은 상금을 바라는 목소리가 컸다. 한 번 우승을 한 기훈은 다른 참가자를 도울 수도 없다. ‘달고나 떼기’와 ‘줄다리기’ 대신 ‘5인 6각 릴레이’와 ‘둥글게 둥글게’ 게임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최종 결과는 ‘456번’ 성기훈과 ‘001’번 프론트맨의 대결로 갈릴 것이다. 그리고 부자들의 유흥을 위해 돈을 걸고 사람을 죽이는 게임, 어깨 위의 빚을 핑계로 욕망에 파묻힌 참가자들, 진행요원과 추격자 등 게임을 둘러싼 모든 갈등은 혼돈으로 흘러가다 종지부를 찍을 것이다.
그 과정에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상황도 같지 않은가. 더러운 욕망으로 정의를 짓밟고도 국민을 개돼지처럼 여기고, 극악한 선동을 하는 한남동과 용산 그리고 여당과 극우 유튜버를 보라. 그리고 이 게임의 설계자들인 ‘부자’들은 어디에 있을까. 혹시 미소를 띠고 침묵할 뿐, 유흥을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배문석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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