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저 앞 시위와 소름 돋게 닮았다"…'오겜2' 감독 놀란 이유

2025-01-05

“성기훈(이정재)의 반란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어요. 살기 힘든 사회에서는 서로를 향해 분노하게 되는데, 기훈은 ‘분노는 위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인물입니다. 조금은 바보스러울지라도 그런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2’를 만든 황동혁 감독은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중앙일보와 만나, 충격적이면서도 답답한 결말의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전 세계를 열광시킨 ‘오징어 게임1’(2021)에 이어지는 시즌2는 복수를 다짐한 기훈이 처참하게 무너지는 모습으로 끝난다. 그는 분홍 옷을 입은 수백명 병정들과의 총싸움 끝에 궁지에 몰린 후 항복을 선언한다.

기훈의 무모한 반란에 몰두한 시즌2는 지난해 12월 26일 전 세계 공개 후 호평과 혹평이 뒤섞인 평가를 받았다. 황 감독은 “공개 후 일주일이 1년과 같았다. 정신이 없었다”며 “이거 잘못 만들면 엄청나게 큰 역풍이 불어온다”며 솔직한 심정을 고백했다. 그러면서도 “미국 평론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80%를 넘겼음에 감사하다. 시즌1이 95%였는데, 시즌2에서 이 정도 평가가 나온 것은 내가 기대한 수준이다. 넷플릭스 TV 부문 93개국에서 시청량 1위에 오른 것은 아주 감사한 반응”이라고 덧붙였다.

“성기훈, 이상 좇는 ‘돈키호테’와 닮아”

국내외 커뮤니티에선 ‘기훈의 행동에 공감할 수 없다’는 반응도 있었다. “다같이 살아야 한다”고 외치며 게임장에 다시 들어왔던 기훈이 마지막엔 “대의를 위해선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며 어설픈 총싸움을 벌이는 장면에서다.

황 감독은 “의도한 부분이다. 게임을 멈추겠다는 순진한 생각으로 시도했던 모든 노력이 실패로 돌아간 후, 기훈은 그 목표에 너무나 집착한 나머지 반란을 일으킨다”고 답했다. 이어 “역사에서 혁명을 일으킨 많은 인물이 그런 실패와 좌절의 과정을 겪으면서 어느 정도 타협할 거라고 생각한다. 어떤 신념을 가지고 좋은 의도로 혁명을 일으키고자 했던 사람들이 실패하면서 망가지는 과정을 기훈도 똑같이 겪길 바랐다. 그래서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라는 생각으로 바뀐 것이고, 시즌3로 가면 기훈이 이 말 때문에 또 변한다”고 설명했다.

기훈은 세르반테스의 소설 주인공 ‘돈키호테’와도 닮았다. 바보 같은 선함 때문에 시즌1에서 살아남았고, 그로 인해 게임장 시스템이 문제라는 걸 자각한 기훈은 무작정 게임장을 부수려고 시도한다. 황 감독은 “창을 들고 풍차(제도나 국가 권력을 상징)로 돌진하는 돈키호테처럼 기훈도 계란으로 바위 치기와 같은 반란을 한다. 비록 반란은 실패하지만 기훈과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 문제가 생기면 서로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에 저항하는 그런 인물을 그려보고 싶었다. 요즘은 모든 분노가 옆으로 또는 아래로만 흐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극중 사람들의 갈등과 분노는 ‘O, X 투표’ 상황에서 극대화된다. 자신의 이익 혹은 가치관에 따라 투표해 팀이 갈라지고, 주변에 동조해서 표를 정한다거나 ‘O’ 선택을 강요받아서 투표하는 인물도 있다. 황 감독은 “대의제 민주주의에 위기가 왔다. 과연 투표를 통해 다수결로 한 방에 모든 것을 결정하는 이 시스템이 맞나, 다른 대안은 없는지 질문을 던져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대통령 관저 앞에선 탄핵 찬성과 반대파가 나뉘어 모이고, 싸울까 봐 경찰이 선까지 그었다고 들었다”며 “(드라마 속) 게임장 숙소 안에 선을 긋고 싸우는 모습과 소름 끼칠 정도로 닮았다”고 말했다.

“절망 끝엔 무엇이 있을까”

국내와 해외에서 가장 반응이 달랐던 부분은 타노스(최승현)의 등장이다. 국내에선 ‘오글거리는 랩을 참기가 힘들었다’는 반응이 많지만, 해외에선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 중 한 명으로 떠올랐다. 영국 BBC는 “최승현은 마약에 찌든 래퍼 연기를 신명나게 한다”고 연기력을 호평했다.

황 감독은 “문화적 차이 때문에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한국에선 과장스러움을 생경하게 느끼고 부담스러워한다. 해외에선 전체적으로 무거운 극의 분위기를 풀어줄 캐릭터를 반기는 분위기”라면서 “최승현이 연기를 이상하게 했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그건 캐릭터 설정에서 나온 오해다. 내 의도대로 최승현이 연기한 것이고 그 캐릭터 자체가 비호감으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MZ세대 무리를 이끄는 타노스는 몰래 숨겨 가지고 온 마약으로 인해 몰락하고, 시즌3에서는 그 마약으로 인해 그 무리가 망가져 가는 과정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황 감독은 “젊은 친구들 사이 문제가 되는 마약, 인터넷 도박, 코인 문제를 적나라하게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마약 전과가 있는) 최승현이 이 역할에 오디션을 보러올까 싶었는데, 깊게 고민한 후 해보겠다고 했고 이미지가 맞아서 캐스팅했다”고 전했다.

황 감독은 시즌3 후반 작업을 함께 하고 있다. 그는 “시즌2의 모든 의문이 다 풀릴 것이고, 캐릭터의 서사도 드러난다. 내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녹여서 시즌3에서 결론을 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시즌3를 제일 좋아하는데, 보시는 분들은 마음의 각오를 하시는 것이 좋겠다. 감정적으로 좀 세다”고 귀띔했다.

프론트맨(이병헌)에 항복한 기훈 이후의 이야기 흐름에 대해선 “절망의 끝으로 한번 가보고 싶었다. 전 세계와 한국이 절망에 빠지면서 희망을 품었던 소수의 사람이 지금 다 꺾이고 있다. ‘그 후로 남은 것은 무엇일까, 절망 끝엔 무엇이 있을까’ 그 질문을 시즌3에서 던져보려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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