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1월이면 1년간의 음악회 시리즈가 마무리돼 간다. 올 한해도 내가 맡았던 여러 음악회 시리즈가 끝을 바라보고 있다. 그중 가장 최근에 마무리된 음악회는 ‘실험실 콘서트’다.
뇌 과학자와 공동 진행하는 형식인 실험실 콘서트는 실제 클래식 연주를 들으며 우리 뇌에선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지 과학적으로 풀어보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음악을 들을 때 뇌는 과연 어떤 일을 하는지, 클래식을 자주 들으면 정말 똑똑해지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참고로 많은 사람이 클래식을 자주 들으면 다른 장르의 음악보다 우리 뇌가 더 똑똑해질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있다. 특히 ‘모차르트 효과(Mozart Effect)’라는 단어가 있듯이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으면 우리 뇌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지 않을까 하고 기대한다. 심지어 예전 TV에선 채소와 과일을 재배할 때 클래식을 들려줬더니 품질이 향상됐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곤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주장들은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고 연구가 더 필요하다. 그렇다고 클래식이 우리에게 전혀 도움이 안되는 것은 아니다. 지능을 높여주진 않지만 다른 방식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준다. 대표적으로 집중력 향상과 스트레스 감소다.
집중력 향상은 ‘선택적 주의집중’을 통해 연습할 수 있다. 말 그대로 하나의 소리를 선택해서 집중하는 방법인데 다양한 소리가 들리는 카페에서 상대방의 목소리에만 집중하는 방법과 비슷하다. 즉 음악을 들을 때 하나의 악기 소리 혹은 멜로디나 반주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우리의 집중력을 높여준다.
스트레스가 쌓인다면 ‘마음 챙김 감상법’을 통해 스트레스를 감소시킬 수 있다. 이것 또한 음악으로 나의 마음을 챙기는 방법인데 의외로 간단하다. 우선 심호흡을 몇차례 하고 마치 음악이라는 바다에 빠졌다고 생각하며 음악을 감상한다. 주의해야 할 점은 음악을 들을 때 그 음악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지 않는 것이다. 음악적 지식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지금 듣는 음악의 변화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선택적 주의집중과 마음 챙김 감상법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장르는 무엇일까? 사실 어떤 음악이든 상관없다. 다만 선택적 주의집중과 마음 챙김 감상법의 핵심은 음악에 관한 판단을 배제하고 음악 자체에만 집중하는 것인 만큼 평소 즐겨듣지 않는, 조금 낯선 장르의 음악이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클래식이 제격이다.
클래식 음악으로 프랑스 음악가, 쥘 마스네의 ‘타이스 명상곡’을 추천한다. 마스네가 1894년 작곡한 오페라 ‘타이스’ 2막에 등장하는 연주곡인데 주인공인 타이스가 화려하고 방탕한 생활을 하던 중 성인군자로 추앙받는 수도승 이타나엘을 만나게 된 후,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현재와 신앙의 갈림길에서 갈등할 때 이 음악이 흘러나온다. 과거에 대한 회상과 반성 그리고 차분함과 마음의 위로가 음악을 통해 전해진다.
나웅준 콘서트가이드 뮤직테라피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