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신동빈, 경쟁사 이마트 '잠행'…실적 부진에 발로 뛴다

2025-05-2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라이벌인 이마트 매장을 직접 찾은 것으로 확인됐다. 부진한 대형마트 사업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자존심을 내려놓고 경쟁사 '잠행'에 나섰다는 평가다. 12년 만에 롯데쇼핑 대표로 복귀한 신 회장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지난 17일 오후 이마트 푸드마켓 고덕점을 조용히 찾았다.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가 유일하게 동행했으며 별도 수행원은 없었다.

신 회장은 특히 참치 특화 매장 '참치정육점'과 주류 매장의 위스키 코너를 세심히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같은 건물 내에 있는 롯데하이마트 매장도 점검한 후 현장을 떠났다.

계열사 위주 현장 경영을 펼치던 신 회장이 경쟁사인 이마트 매장을 직접 찾은 것은 이례적이다. 신 회장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5년 만에 롯데쇼핑 사내이사로 복귀했으며 12년 만에 대표직에 이름을 올렸다. 유통 사업 일선에 재등판한 신 회장이 자존심을 내려놓고 경쟁사를 찾았다는 해석이다.

이번 잠행은 경쟁사 동향을 직접 파악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지난달 오픈한 이마트 푸드마켓 고덕점은 식료품(그로서리)에 특화한 미래형 매장이다. 마찬가지로 롯데마트 또한 그로서리 차별화에 총력을 쏟고 있지만 신통치 않은 상황이다.

최근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73.4% 감소한 99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2분기 이후 4개 분기 연속으로 손익이 줄었다. 반면 이마트 별도 기준 1분기 영업이익은 43.1% 증가한 1333억원이다. 통상 임금 판결 영향이 있었던 지난해 4분기를 제외하고 1~3분기 내내 손익을 개선해냈다.

강동지역 시장의 중요성도 이번 잠행 배경으로 꼽힌다. 신도시·오피스 복합 상권이 형성된 강동지역 주도권을 잡기 위해 이마트·롯데마트 모두 올해 신규 매장을 출점했다. 이마트 고덕점에 맞서 롯데마트는 지난 1월 천호점을 오픈했으며 내달 구리점을 그로서리 특화 매장 '그랑그로서리' 2호점으로 단장해 개점한다.

최근 신 회장은 유통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이달 초 연휴 기간 동안 롯데프리미엄아울렛 동부산점과 롯데호텔 김해점, 롯데워터파크 김해를 방문해 현장을 점검했다. 지난달 30일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사절단 출장 기간에는 후속 일정으로 베트남 하노이를 찾아 롯데몰 웨스트레이크와 롯데센터하노이 등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롯데쇼핑은 약 1조원을 투자한 '오카도' 시스템의 결실을 맺어야 하는 시기다. 첫 번째 결과물인 그로서리 특화 e커머스 '롯데마트 제타'가 지난달 출시됐지만 획기적인 반전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경쟁사 잠행까지 결단한 신 회장이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 지 주목된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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