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치즈에 입문하는 분이라면 부드럽고 맑은 치즈부터 맛보고, 점차 그 맛에 익숙해지면 강하고 개성 있는 치즈로 옮겨가는 걸 추천합니다. 사람마다 입맛과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치즈를 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지난 28일,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르 므니에 치즈 압구정점에서 치즈 테이스팅 행사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프랑스 치즈 명장 로돌프 르 므니에(RODOLPHE LE MEUNIER)는 치즈 고르는 법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르 므니에는 2007년 프랑스 정부가 특정 분야의 최고 전문가에게 수여하는 제도인 MOF(Meilleur Ouvrier de France)에서 국가 공인 치즈 명장으로 선정됐다. 프랑스 루아르 지방에서 할머니·아버지에 이어 3대째 치즈를 만들어 온 그는 이번에 10대 아들과 함께 방한하며, 가업을 잇는 4대째의 시작을 알렸다. 그의 치즈는 이미 미국, 호주, 일본 등 세계 2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르 므니에의 치즈가 한국에 처음 소개된 것은 2022년. 서래마을에 첫 매장을 열며 시작됐다.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치즈가 익숙한 한국 시장에서, 장인이 소규모로 생산하는 아티장(Artisan) 치즈의 진출은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숙성 치즈 문화를 이제 막 받아들이는 서울에 매장을 열 때 걱정은 없었을까. 그는 “서울에 숙성 치즈 매장을 여는 건 대담한 도전이지만 동시에 엄청난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소비자는 미식, 품질, 진정성에 점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치즈를 존중과 교육, 즐거움의 문화로 제시한다면 이곳에서도 충분히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각 나라의 치즈 취향과 트렌드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일본에서는 숙성 치즈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지만, 염소치즈 특유의 향과 풍미는 선호하지 않는다고 했다. 태국 역시 비슷한 경향을 보이며, 부드럽고 온화한 맛의 치즈를 더 즐긴다. 반면 프랑스에서는 염소치즈를 보양식처럼 여겨 봄철이면 챙겨 먹는 문화가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최근 프랑스에서는 훈연향을 입힌 치즈가 인기를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치즈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추천할 치즈로는 숙성 꽁떼(Comté)를 꼽았다. 부드럽고 균형 잡힌 풍미 덕분에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테이스팅 행사에서는 6개월 숙성과 24개월 숙성 꽁떼가 함께 제공됐다. 6개월 숙성 치즈는 부드럽고 조화로운 맛이 인상적이었고, 24개월 숙성 치즈는 단백질 결정체가 느껴질 만큼 깊고 농후했다. 그는 또 브리 드 모(Brie de Meaux)와 까망베르(Camembert)도 초보자에게 좋은 선택이라며 “연성 치즈의 풍부함과 생우유의 섬세함을 함께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치즈는 여행과 같습니다. 부드럽게 시작해 점점 더 강한 맛을 탐험하는 과정이죠.”
르 므니에는 치즈를 단순한 식재료가 아닌 ‘경험’으로 바라봤다. 그는 “치즈는 그 자체로 문화이며, 한입마다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장인이 만든 치즈와 공장에서 생산되는 치즈는 무엇이 다를까. 르 므니에는 정통 치즈를 “살아 있는 제품”이라고 정의했다. “지역마다 가축이 먹는 풀과 계절, 기후에 따라 우유의 성질이 달라집니다. 장인의 손길이 더해지면 아로마는 복잡해지고 질감도 변화하죠. 그래서 같은 종류의 치즈라도 매번 다른 개성을 지니게 됩니다.” 반면 산업용 치즈는 균일성을 추구한다. 규격화된 우유를 저온 살균해 자동화된 공정으로 제조하기 때문에 일정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외관에서도 차이는 분명하다. 장인 방식으로 숙성된 치즈는 껍질이 살아 있어 숨을 쉬며, 자연스러운 색 변화나 미세한 곰팡이가 생긴다. 반면 산업용 치즈는 규칙적이고 매끈하다. 질감과 맛에서도 차이가 크다. 숙성 치즈는 우유, 헤이즐넛, 버터, 때로는 숲속 향이 어우러진 풍부한 아로마 팔레트를 지녔고, 입안에서 풍미가 변화하며 긴 여운을 남긴다. 반면 산업용 치즈는 대중의 입맛에 맞춰 표준화된 맛을 유지한다.
한편 르 므니에는 이번 방한 기간 동안 11월 1일까지 열리는 ‘코엑스 푸드위크’에 참여해, 장인이 만든 프랑스 치즈와 미식 문화를 한국 소비자에게 직접 소개할 예정이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