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금리 인하 페달에서 발을 떼고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1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현재 연 3%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여기에 찬성했다. 이번 판단의 가장 큰 이유는 고환율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계엄이나 이런 정치적 이유로 (달러당 환율이) 한 30원 정도 올라간(원화가치가 하락한) 것”이라며 “높아진 환율이 물가와 특히 내수에 미치는 영향을 유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통위 내부에선 환율을 고려하다가 자칫 금리 인하 타이밍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금통위원 6명 중 1명이 0.25%포인트 인하 소수 의견을 냈다. 다른 5명의 위원도 금리 인하 필요성엔 동의했지만,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한 번은 쉬어가기로 했다는 게 이 총재의 설명이다.
고심 끝에 한은이 택한 건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적 동결’이다. 금통위원 6명 전원이 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문제는 당장 비상계엄 여파에 소비 심리가 바닥인데 경제에 숨통을 틔울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여야의 극한 대립으로 추가경정예산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 총재는 “지금으로선 기준금리를 언제 얼마나 내리느냐보다 더 중요한 게 정치 불안 해소”라고 강조했다. “헌재 탄핵심판 절차가 지난 두 번의 대통령 탄핵 때와 같이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경제가 정치와 관계없이 정상적으로 움직이면 정치적 리스크로 오른 30원 정도는 다시 내려가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