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무인 함정시대

2025-05-29

영국과 미국이 1943년 북대서양에서 연합군 수송선을 노리던 독일 잠수함 ‘U보트’에 중대한 타격을 입히고 제해권을 다시 가져온 것은 해군력 덕택이었다. 대서양을 지나는 해상 수송로를 지킬 수 있게 되자 미국산 군수품이 대거 유럽으로 향했고 제2차 세계대전의 균형추는 완벽하게 연합군 쪽으로 기운다. 해군력의 상징인 항공모함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 예일대 역사학과 교수인 폴 케네디가 2022년에 쓴 ‘대해전, 최강국의 탄생’(원제 Victory at Sea)의 내용이다.

2023년 하반기부터 예멘 후티 반군은 팔레스타인과의 연대를 명분으로 홍해에서 선박 공격과 상선 납치 등 전례 없는 해상 테러를 자행했다. 지난 3월에는 반군이 드론(무인기) 등을 활용해 미군 항모 해리 S 트루먼 호와 부속 군함을 공격하기도 했다. 미군은 피해가 없었다고 밝혔으나, 드론을 동원한 항모 공격에는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저비용·고효율 드론 공격이 국가 차원의 대응을 요구하며, 위협의 완벽한 제거 또한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더구나 전파 교란(재밍)을 피해갈 수 있는 인공지능(AI) 드론까지 개발된 마당 아닌가. ‘불가침’ 항모 시대를 이어가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28일 부산 벡스코에서 ‘2025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마덱스)이 열렸다. 올해 14회째를 맞은 마덱스는 14개국 200여 기업·기관이 참가해 부스 700여개를 꾸렸다고 한다. 역대 최대 규모다. 높아진 K방산에 대한 세계적 관심을 확인하는 계기다. 이번 마덱스에서 관심이 집중된 것은 무인 함정이었다. 인간 탑승자 없이 원격 조종으로 자율주행하는 함정이다. 무인기에 이어 새로운 시대로의 진화다.

HD현대중공업은 미래형 무인 함정 콘셉트 모델을 공개했다. 1만5000∼3만2000t급으로, 원격 조정할 수 있고 공격형 고정익 무인기 등 함재기도 탑재된다. 한화오션은 AI 무인 잠수함을, 한화시스템은 무인 함정을 지상에서 통제하는 AI 기반 스마트 배틀십 솔루션을 선보였다. LIG넥스원도 스텔스 기능을 갖춘 중형급 전투용 무인 함정 모델을 공개했다. 모두 K방산의 미래다. 우리의 바다를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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