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감축 선 긋는 미 장군들…‘역할변경론자' 콜비와 딴 목소리?

2025-04-11

주한미군을 관할하는 미국의 인도태평양사령관과 주한미군사령관이 미 상원에 출석해 주한미군의 전략적 중요성을 한 목소리로 강조했다.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 국방부 내에서 대중 견제 목적의 '주한미군 역할 조정론'이 고개를 드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향후 한·미 국방 당국 간 고위급 소통을 늘려 미 국방부 내 이런 '우군'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새뮤얼 퍼파로 미 인태사령관(미 해군 대장)은 10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상당한 수준의 주한미군 감축은 미국에게 좋은가, 나쁜가’라는 로저 위커 상원 군사위원장(공화·미시시피)의 질의에 대해 “본질적으로 분쟁에서 압도할 수 있는 미국의 능력을 약화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퍼파로 사령관은 이어 ‘한반도에 미군이 없다면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을 침공할 것으로 보는가’라고 묻는 앵거스 킹 상원의원(무소속·메인)의 질의에 “주한미군 전력에 손실(the loss of the force)이 있을 경우 그가 한국을 침공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김정은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 2만 8500명 규모인 주한미군의 수를 조정하려는 시도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보인다.

퍼파로 사령관은 또 “(주한미군은)필수적”이라며 “우리와 조약 동맹을 맺고 있는 한국은 경제 규모 10위권 국가이면서 양국 경제는 매우 밀접하게 얽혀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은의 의도는 기류(wind)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그는 한국군이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도록 군대를 설계했으며, 우리가 그곳에서 억지력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라고도 했다.

이날 청문회에선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와 더불어 주한미군 감축과 관련한 언론 보도에 대한 질의도 나왔다. 이는 미 측에서도 주한미군 조정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작지 않다는 방증일 수 있다. 위커 위원장은 “최근 ‘국방부 중견 관리들이 중국의 위협에 집중하고 미 본토 방어를 위해서 한반도에 주둔하는 미군을 감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가 있었다”며 “이 생각은 좋은 것인가, 그렇지 못 한가”라고 물었다.

이에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미 육군 대장)은 “주한미군 감축은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우리가 하는 일은 현재와 같이 북한에 대한 억제력을 유지하는 것과 동해에서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부담과 서해에서 중국에 부담을 지울 수 있는 잠재 능력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는 주한미군의 주된 임무는 북한의 위협에 대한 방어이지만, 러시아와 중국의 잠재적인 위협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는 점을 부각하는 답변이었다.

이날 퍼파로 사령관과 브런슨 사령관의 답변은 주한미군의 현상 변경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었다. 이는 미 국방부 내 대표적인 ‘대중 매파’로 꼽히는 앨브리지 콜비 정책차관의 입장과는 한층 다른 결이다.

콜비 차관은 앞서 중앙일보 인터뷰 등을 통해 미국이 중국 견제에 집중하기 위해 주한미군의 역할도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 외의 지역은 미군이 아닌 동맹에 맡긴다”는 콜비의 시각은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최근 배포한 ‘임시 국가 방위 전략 지침’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지침은 미국이 중국 견제에 집중할 수 있도록 러시아, 북한, 이란 등은 지역 동맹국에 맡기도록 한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았다.

다만 주한미군의 전략적 중요성을 옹호한 미 사령관들이 주한미군의 대중·대러 견제 성격도 부각한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향후 주한미군에 부여된 임무를 확장하는 등 주한미군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가능성도 열어뒀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어서다. 미 국방부가 최근 한국에 배치된 패트리엇 최소 한 개 포대를 중동으로 이동한 것은 이런 ‘탄력적 운용’의 신호탄일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이 때문에 국방 당국은 지속적으로 주한미군과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을 미 국방부의 고위 인사들에게 입력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와 관련, 박영준 국방대 국가안전보장문제 연구소장은 “올해 5월 말 한·미 국방 수장 간 첫 만남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는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안보대화) 등을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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