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 관련해 행정부와 다른 입장 밝혀
국방부 대변인 “트럼프 대통령 의제 훼손”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에 있는 미군 피투피크 우주 기지 부대장이 전격 해임됐다. 군의 정치적 중립 원칙을 어겼다는 것이 공식 사유인데, ‘그린란드 섬은 미국 소유가 되어야 한다’는 미 행정부 입장과 다른 목소리를 낸 것이 화를 불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미 우주사령부는 이날 피투피크 우주 기지 지휘관인 수재너 마이어스 대령을 보직 해임했다고 밝혔다. 우주군사령부는 “마이어스 대령이 부대원들을 이끌 능력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고 짤막한 이유를 밝혔다.
마이어스 대령이 미군 수뇌부의 눈 밖에 난 것은 지난달 28일 J D 밴스 부통령의 그린란드 방문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밴스 부통령은 부인 우샤 밴스 여사와 함께 피투피크 기지를 찾았다. 마이어스 대령의 안내로 기지 내 주요 시설을 살펴본 밴스 부통령은 부대원들을 상대로 연설했다. 당시 그는 “러시아, 중국 등 매우 공격적인 국가들의 침략으로부터 그린란드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린란드 주민들에게 ‘자결권’이 있다는 점을 일깨우며 “1721년부터 섬을 지배해 온 덴마크와의 관계를 끊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린란드는 미국 영토가 되어야 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그대로 되풀이한 셈이다.
밴스 부통령이 그린란드를 떠난 이후 마이어스 대령은 지인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밴스 부통령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미국 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마이어스 대령은 이메일에서 “내가 현 정치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지 못할 수도 있다”며 “다만 밴스 부통령이 표명한 미 행정부의 우려에 피투피크 기지의 관점은 반영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의 안보를 위해 그린란드 영유권이 미국에 속해야 한다는 백악관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숀 파넬 미 국방부 대변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해당 기사를 공유한 뒤 “미군의 지휘 체계를 약화시키거나 트럼프 대통령의 의제를 훼손하려는 행위는 국방부에서 용납되지 않는다”고 적었다. 그는 “군 지휘관들은 임무 수행에 있어 초당파적 태도 유지 등 최고 수준의 행동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린란드 문제와 관련해 미 행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파적 언행으로 군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밴스 부통령의 그린란드 방문 직후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미국 부통령의 언급은 정확하지 않다”며 “우리는 그린란드 안보에 대한 투자를 더욱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늘 미국과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이는 국제적 규칙에 기반한 협력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