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가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한국대선일정이 결정되었다. 한국경제는 선장유고 상태에서 폭풍우 속을 항해하는 형국이다. 과도기 동안 한국경제는 어떻게 지탱해야 하는가. 대선 이후 새정부의 경제정책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가.묻지 않을 수 없는 질문들이다.
첫째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보자.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지금 정부관계자들이 관세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미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당위성은 있으나 현실적으로 성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무엇보다도 파면된 대통령의 내각은 정당성도 잃고 힘도 없어 상대방이 의미 있는 협상상대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상대쪽에 있다. 흥미롭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한 사실은 미국쪽에 제대로 협상을 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지금 대통령 한 사람이 주요 외교정책과 경제정책을 쥐락펴락하면서 뒤집기를 반복하고 있다. 미국쪽에서누가 협상테이블에 나와서 무슨 말을 한들 상대방이 경청하지 않을 것이다. 회담중에도 미국대통령이 X(옛 트위터)에 쏘아대는 말에만 신경 쓸 것이다. 미국대통령이 정상회담에 나서더라도 통상적인 외교절차가 무시되고 회담결과도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으니, 다른나라 정상들이 국내정치적 부담 때문에 회담의 성과에 기대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다른나라들과 협상을 통해 국익을 극대화 하겠다고 말은 하고 있으나, 지금은 협상국면이 아니고 미국 스스로 엎지른 물을 정리해야되는 상황이다.
그러면 대선 때까지 한국경제는 어떻게 유지해야 하는가.2개월 동안만 작동하는 과도기관리 정부하에서는 재정정책도 산업정책도 방향을 정해 진행시킬 수 없다. 현재로서 정부가 해야할 그리고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금융시장의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다. 다행히 한국은행 총재는 임기가 현정부를 넘어 계속되므로 금융시장을 책임지는 중심축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금융시장은 세계화되어 한국시장만을 관리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국제공조가 필요하다. 다행히 전세계적으로 금융재무 당국들이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관리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재무당국은 월가 금융계와 소통하며 나름대로 정부 안에서 발언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락가락하는 미국의 관세정책으로 시장의 불안과 변동성이 확대되어 현재로서는 전세계적으로 인플레보다 경기침체 우려가 큰 편이라고 본다.
둘째 질문인 새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생각해보자. 이에 대해서는 무엇보다도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되느냐가 가장 큰 변수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현재로서는 의회에서 다수석을 차지하고 있는 정당이 대통령을 배출하기 쉬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두 정부의 경제정책은 성과보다 실책이 더 많았다. 문재인 정부는 성장정책, 부동산정책 등에서 반시장적 정책들을 밀고 나가 한국경제의 경쟁력을 떨어뜨렸다. 윤석열 정부는 어설픈 자유주의를 내세우며 친기업적 구호를 외쳤지만 연구개발 예산은 대폭삭감하는 등 지향점이 불분명하고 로드맵이 없는 경제정책으로 성장잠재력을 후퇴시켰다.
새정부는 지난 정부들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현재 의회다수당 유력후보는 실용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실제 그동안 행보를 보면 인기영합주의에 가까웠다. 원칙없고 방향성 없는 경제정책은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
필자가 옆에서 일할 기회가 있었던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을 최근의 문재인, 윤석열 대통령과 대비해 보면, 가장 큰 차이점은 자신의 지지세력을 넘어서려는 의지와 노력이었다. 이는 대통령으로서의 사명감과 책임감이 앞섰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없다. 대통령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수호자라고 생각하면 된다.
채수찬 <경제학자, 카이스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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