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토장 된 금감원 간담회…"공모주 의무보유확약 확대 땐 해외 기관만 배불리는 꼴"

2025-02-28

올 7월 공모주 수요예측에서 의무보유확약(일정 기간 동안 공모주를 팔지 않겠다는 약속)을 설정한 기관투자가들에게 공모주 배정 물량을 대폭 확대하는 조치를 앞두고 국내 증권사 다수가 금융 당국에 심각한 우려의 뜻을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 당국은 기업공개(IPO) 개선안을 예정대로 실행에 옮기겠다는 입장이라 공모주 시장 변동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시장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19곳의 IPO 담당 임원들은 전날 금융감독원 주최로 열린 간담회에서 의무보유확약 확대 조치 시행 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부작용에 대해 집중 발언했다. 간담회는 지난달 발표된 IPO 제도 개선안 및 유상증자 심사 방향을 공유하고 지난해 말 금감원 인사 후 상견례를 겸해 마련된 자리였지만 공모주 우선 배정제 확대에 대한 업계 반발만 확인한 셈이다.

한 중소형 증권사 IPO 본부장은 “의무보유확약 개선안에 대한 발언들이 주를 이뤘고 강경한 어조로 우려하는 임원들이 상당히 많았다”고 말했다. 한 대형 증권사 IPO 본부장은 “당장 3개월 뒤 우선 배정 비율이 30%로 늘어나는데 훨씬 단계적으로 올리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건의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증권사 IPO 본부장은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취지로 발언했다”며 “싱가포르투자청(GIC) 같은 해외 기관투자가들은 국내 시장서 의무보유확약을 걸지 않는 게 일반적이어서 해외 기관만 배불리는 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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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금융 당국은 기관투자가 몫의 공모주를 의무보유확약을 설정한 기관투자가들에게 우선 배정하는 조치를 확대 시행한다고 밝혔다. 7월부터 곧바로 물량의 30% 이상을 우선 배정하고 내년부터 비율을 40%로 늘린다. 기관투자가의 공모주 장기 보유를 유도해 새내기주 주가 폭락을 막고 개인투자자들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조치가 오히려 시장 변동성을 키울 뿐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중소형 공모주의 경우 상장일 유통 물량이 비정상적으로 줄어 투기 세력의 놀이터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또 의무보유확약을 설정한 기관투자가들의 경우 타 사 대비 공모가를 낮게 쓰는 게 유리하기 때문에 공모주 배정 경쟁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하방 왜곡될 가능성도 높다. 한 증권사 임원은 “인공지능(AI)·로봇 등 해외 투자자에게 인기 있는 분야의 기업들을 나스닥에 상장하라고 떠미는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금감원은 제도 시행 전까지 업계와 적극 소통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확약 비율을 7월 30% 이상으로 확대하는 안에 대해서만큼은 완고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금감원의 고위 관계자는 “시장의 우려를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면서도 “시행 후 부작용이 발생하면 그에 걸맞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경제신문이 이달 초 국내 주요 벤처캐피털(VC) 37곳의 대표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서도 56.8%가 해당 조치에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고 긍정적 입장은 29.7%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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