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1호 건설사의 흥망성쇠
- 주가 조작 의혹까지, 회생 가능성은?
[녹색경제신문 = 문홍주 기자] 국내 1호 건설사로 이름을 떨쳤던 삼부토건이 서울회생법원에 법정관리(회생절차)를 신청하며 다시 한 번 위기의 중심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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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건설업계의 침체와 지속된 적자로 부채비율이 838.5%까지 치솟으며 유동성 위기가 극에 달한 것이 주요 배경이다. 이는 2015년 법정관리 신청 이후 두 번째로, 경영 정상화를 위한 최후의 선택으로 평가된다.
삼부토건의 설립과 성장 그리고 추락
삼부토건은 1948년 조정구 창업주가 형제들과 함께 서울에서 창립한 건설회사로, 1955년 법인으로 전환하고 1959년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했다.
1965년에는 국내 최초로 토목건축공사 면허를 취득했으며, 이후 경부고속도로, 서울 지하철 1호선, 영남화력발전소 등의 국가 기간망 사업을 수행하며 급성장했다. 1970년대에는 해외 진출을 시작했고, 1976년 한국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며 국내 주요 건설사로 자리매김했다. 1980년대까지 국내 도급순위 3위에 오르며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삼부토건의 재무 상태는 악화되기 시작했다.
건설 업계 전문가들은 "2011년 서초구 헌인마을 재개발 프로젝트가 부실화되면서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맞은 것이 결정적"이었다며 "결국 같은 해 법정관리 신청을 고려했으나 채권단과의 협약을 통해 자산을 담보로 긴급 자금을 지원받아 회생을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015년에는 결국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되었으며, 창립 67년 만에 오너 체제가 종료됐다. 이후 여러 차례 경영권이 변경되었지만, 지속적인 재정 악화로 2024년 2월 24일, 다시 한 번 법정관리 신청을 하게 되었다.
삼부토건의 몰락, 주가 조작까지
최근 삼부토건은 주가 조작 논란에도 휘말렸다. 2023년 초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사업 수혜주로 부각되면서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락을 반복했다.
1,000원대 초반이던 주가는 두 달 만에 5,500원까지 치솟았다가 급락했다. 이 과정에서 정치권에서는 "전형적인 주가조작"이라는 지적이 나왔고, 야당에서는 특검을 요구하기도 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브로커 이종호 씨가 2023년 5월 한 단체 대화방에서 "삼부 내일 체크하고"라는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알려지며 의혹이 증폭되었다.
공교롭게도 그 직후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해외 순방 중 우크라이나 방문 소식이 전해졌고, 이 시점을 전후해 삼부토건 주가가 폭등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여권 핵심 인사의 주가조작 가담설로까지 번졌다. 한국거래소는 삼부토건의 이상거래 정황을 포착해 조사에 착수했고, 주식 거래를 한때 정지시키는 등 긴급 조치를 취했다.
삼부토건 측은 주가 급등과 자사의 경영 활동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2024년 초 감사의견 거절 사태까지 겹치며 주가가 급락해 한때 600원대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결국, 경영 정상화를 위해 2024년 2월 24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2023년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 앞서 삼부토건의 재무구조는 건설경기 침체와 부동산 경기 악화로 심각하게 악화된 상황이었다. 2020년에서 2023년까지 4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2023년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678억 원에 달했다. 부채비율은 838.5%까지 치솟았으며, 단기채무는 1,712억 원에 달해 유동성 위기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금융 전문가들은 "삼부토건의 주가조작 의혹이 본격적으로 논란이 된 2023년 하반기부터 불과 6~7개월 만에 법정관리 신청에 이른 것"이라며 "주가 부양과 유동성 확보를 위한 세력 개입 가능성이 의심된다"라고 했다.
77년 역사 끝내 법정관리, 몰락의 3가지 원인
2015년, 2024년에 이어 2025년 까지 무려 세 번의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간 삼부토건은 법원의 관리하에 재무 구조 조정과 사업 재편을 진행할 예정이다.
삼부토건의 향후 생존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마다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부정적 전망을 밝힌 전문가들은 "삼부토건의 부실은 부동산 시장 침체 때문이 아니라, 경영 전략 부재와 사업 구조 미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삼부토건은 1948년 창립 이후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건설사였지만,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다. 대형 건설사들이 주택사업, 해외 인프라, 플랜트 사업 등으로 다각화를 추진한 반면, 삼부토건은 공공 토목·건축 사업에 집중하며 내수 시장에 의존했다. 이로 인해 경쟁력을 점차 잃었고, 매출과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2011년 서초구 헌인마을 재개발 사업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실패, 2015년 법정관리 이후 삼부토건은 창업주 일가가 경영권을 잃었다.
삼부토건은 여러 차례 인수합병(M&A) 시도를 겪으며 새로운 주인을 찾았지만, 매각이 번번이 실패했다. 이후 경영권이 지속적으로 바뀌면서 장기적인 경영 전략이 부재했고, 회사 운영은 단기적 생존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영업적자는 더욱 늘어났고,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의 테마주가 되면서 주가조작으로 회사의 신뢰도는 급락했다.
건설 업계 전문가들은 "삼부토건은 '내수 위주' 사업으로 'PF 부실'을 막지 못했으며, '오너쉽'이 무너진 것이 몰락의 3가지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이후 삼부토건의 '영업적자'가 걷잡을 수 없게 늘어나며, '주가조작'까지 휘말린 것은 피할 수 없는 결과에 가깝다"라며 "결국 오늘날 '총체적 부실'이라는 결과까지 도달한 것"이라 분석했다.
삼부토건의 미래에 대해 일부 금융 전문가들은 "2017년 법정관리 졸업 당시에도 외부 투자유치로 회생에 성공했던 전례가 있어, 유사한 구조로 투자자를 확보한다면 회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다수의 금융 전문가들은 "업계 전반의 침체로 상황이 악화된 만큼 회생에 실패하여 청산되거나 다른 건설사에 흡수 합병될 가능성도 있다"라며 "삼부토건이 이번 회생 절차를 통해 경영 정상화에 성공할지, 혹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지는 향후 1~2년 사이 진행될 구조조정 및 투자유치 과정에 달려 있다"고 전망했다.
문홍주 기자 re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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