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은 자녀에게, 보수는 부모에게”…신세계 일가의 ‘무책임 고연봉’ 논란

2025-03-23

신세계·이마트 그룹의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이명희 총괄회장과 정재은 명예회장이 미등기 임원 신분으로 고액 연봉과 배당을 수령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이명희 총괄회장은 신세계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삼성 명예회장의 막내딸로, 신세계와 이마트의 경영권을 각각 아들 정용진 회장과 딸 정유경 회장에게 승계했다. 그러나 경영권을 넘긴 이후에도 신세계와 이마트의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하며, 지난해 각각 30억 원대의 연봉을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괄회장은 보유 지분을 통해 매년 100억 원에 가까운 배당을 받고 있으며, 최근에는 이마트 지분 10%를 정용진 회장에게 매각해 2251억 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정재은 명예회장 역시 이마트와 신세계 양사에서 미등기 임원으로 동일한 수준의 연봉을 받으며, 부부가 합쳐 매년 60억 원이 넘는 고정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들 부부는 신세계와 이마트의 대표이사나 등기임원도 아니지만, 여전히 총괄회장과 명예회장이라는 직함을 유지하며 고액의 보수를 받고 있다. 그러나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 상태에서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책임 없는 권한’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마트의 2023년 연결 당기순손실은 5734억 원에 달했다. 실적이 악화하는 상황에서도 정용진 회장을 포함한 총수 일가는 성과급과 급여를 지속적으로 수령했다. 오너 일가가 성과급 일부를 반납했지만, 이를 ‘자발적 희생’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과 함께,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미등기 임원이면서 고액 연봉과 배당을 받는 관행은 형식상 명예직일 뿐, 실질적으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경영권 승계 이후에도 책임 회피와 특혜가 공존하는 구조를 손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 이재용 회장과 HD현대 정몽준 전 회장은 미등기 임원이지만 그룹에서 공식적으로 연봉을 받지 않고 배당 중심의 소득 구조를 택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와 비교했을 때 신세계그룹의 행태는 특이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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