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장에서 호주 축산물은 소리 없는 강자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 등에 따르면 2024년 우리나라 쇠고기 수입량은 44만5723t인데 호주산이 45%(20만545t)로 48%인 미국산을 바짝 뒤쫒고 있다. 국내 수입 쇠고기 시장점유율을 2022년 35%에서 2024년 45%까지 끌어올렸다는 게 호주축산공사의 분석이다. 양고기 시장점유율은 10년 넘게 95% 이상을 차지한다. 제프 로빈슨 주한 호주대사는 4월 한 세미나에서 “2028년 쇠고기 관세가 완전히 철폐되면 한국 소비자들이 호주산 쇠고기를 더 쉽게 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런 호주가 눈독을 들이는 분야가 염소고기다. 저지방·고단백 식품으로 알려지면서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며 전문식당과 프랜차이즈점이 증가하는 데다 진액 등 가공식품시장도 확장세라고 판단하는 듯하다. 더구나 2027년 개고기 식용이 전면 금지되면 대체 보양식으로 염소고기의 수요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2023년부터 호주산 염소·양고기 관세가 철폐돼 날개를 단 격이다. 실제 국내 염소고기 수입량은 2010년 788t에서 2023년 6179t, 2024년 8348t으로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수입량 중 호주산이 8296t에 달했다.
염소는 초기 진입 비용이 비교적 적게 들고 소득은 빨리 발생하는 가축이다. 이 때문에 2023년 1만263가구에서 42만3400여마리를 키울 정도로 사육 열기도 높다. 1877억원 수준인 염소산업 생산액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현실은 종축 관리 미흡, 전문 사양기술 부족, 열악한 시설 환경 및 유통시스템 등 구조적 문제가 산적해 있다. 우량 품종 육성·보급, 도축장 확대 등 생산부터 유통·가공까지 염소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성장 마스터플랜 마련을 서둘러야 할 이유다. 안일하게 대처하다가 국산 시세의 절반 이하로 들어오는 수입 염소고기에 시장을 통째로 내주는 우를 범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