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인코리아닷컴 이효진 기자]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가 중반부에 접어든 가운데 화장품 부당광고와 기술탈취 등 화장품 산업 관련 이슈가 국정감사장의 ‘뜨거운 감자’로 다뤄졌다. 부당·허위 광고를 통한 소비자 기만과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로 인해 K-뷰티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올해 국정감사는 지난 13일 시작돼 11월 6일까지 진행된다. 화장품 관련 이슈는 소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장에서 주로 다뤄졌다. 특히 2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소속기관 국감에서 질의가 집중됐다.
# 화장품 부당광고 1만 2,000건 적발…의약품 오인 표현 70%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복지위의 식약처 국감에서 “최근 4년 반 동안 화장품 부당광고 적발 건수가 총 1만 2,617건에 달했다”며 “이 중 의약품으로 오인할 수 있는 광고가 70%를 차지했다”고 지적했다.
서 의원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9월까지 화장품 부당광고 적발건수는 총 1만 2,617건에 이른다.
화장품 부당광고 방심위 및 협업기관 등 사이트 차단 요청 현황(2021~2025.9) (단위: 건)

적발 건수는 ▲2021년 1,913건 ▲2022년 2,453건 ▲2023년 3,090건 ▲2024년 2,680건으로 3년 만에 40% 이상 증가했다. 올해 9월까지도 2,481건이 적발돼 지난해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부당광고 유형 중 ‘피부재생’, ‘염증완화’, ‘여드름 개선’ 등 의약품 효능을 표방한 사례가 8,727건으로 가장 많았다. 주름개선이나 미백효과 등을 강조해 일반화장품을 기능성화장품으로 오인시키는 유형도 빈번했다.
최근 유행 중인 MTS(마이크로니들) 기기와 결합된 화장품 광고의 부당 사례도 적발됐다. ‘피부 깊숙이 침투’, ‘흡수율 극대화’, ‘피부 속 주입‘ 등 문구를 사용해 사실상 의료기기·시술 수준의 효과를 암시하거나 화장품의 범위를 벗어난 사용법을 홍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식약처가 올해 온라인 화장품 판매 게시물을 점검한 결과, 화장품법을 위반한 사례는 83건으로 집계됐다. 플랫폼별로는 ▲네이버쇼핑 62건 ▲쿠팡 4건 ▲11번가 2건 ▲이베이코리아(G마켓·옥션 등) 1건, 일반쇼핑몰 14건 등이었다.
광고 게시자 유형도 판매업체뿐 아니라 책임판매업체·인플루언서 계정·페이스북·블로그 등으로 다양했으며, ‘피부재생’, ‘염증 억제’, ‘여드름 개선’ 등의 문구를 사용해 의약품 효능을 암시한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서 의원은 “최근 3년간 피부재생·염증완화 등 허위·과장 문구로 적발된 책임판매업체는 총 35 개사이며 이 중 일부는 동일 유형의 부당광고로 반복 적발됐다”면서 “식약처는 반복 적발 업체에 대한 과태료 상향 및 영업정지 등 강력한 제재와 플랫폼 사업자 공동책임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화장품 부당광고로 인한 소비자 피해는 단순 오인에 그치지 않고, 의약품 오남용처럼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식약처가 플랫폼·방심위·공정위 등 관계부처와 협업해 사후 모니터링을 상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의원들, 식약처에 “허위·과장 광고 잡아내야” 한 목소리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식약처에 불법광고 문제를 지적했다.
백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020년 158조원에서 지난해 242조원까지 급증했다.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식품, 건강기능식품, 의약품, 의약외품, 화장품 등 분야의 불법·부당 광고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백 의원은 “매년 5만건이 넘는 불법 광고가 적발되고 있다”며 “식약처가 관리하는 표시·광고 금지어가 2,022개에 불과해 온라인 플랫폼의 15만개 수준에 한참 못 미친다”고 말했다.
이어 “식약처가 허위·과장 광고를 제대로 잡아내지 못하고 있고, 단속하더라도 제품을 내리거나 경고하는 데 그치고 있어 업체들이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며 AI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과 금지어 확대를 요구했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식약처 사이버 조사단이 약 10만건에 달하는 관리 대상을 모니터링 하기엔 인력 한계가 있어 AI 시스템을 통한 모니터링 고도화를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은 “2022년 이후 SNS에 올라온 식품·화장품 기만·오인 광고 등이 833건에 달했다”며 “최근에는 AI로 제작된 의사가 등장해 실제 의사가 제품을 추천하는 것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불법 광고까지 등장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식약처에 “소비자 검색 이력을 기반으로 불법 광고를 집중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말했다.
# ‘관리 사각지대’ 화장품 인체적용시험 제도 논란…식약처 “감독 강화”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화장품 인체적용시험(임상시험) 제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주영 의원은 21일 복지위 국감에서 “현재 식약처가 공식적으로 인증하거나 지정한 화장품 인체시험기관은 없지만 민간 협의회 소속 30여 개 사설기관이 사실상 임상시험을 수행하고 있다”며 “이들 기관은 감독체계가 없어 소비자와 피험자 안전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제도상 ‘화장품 임상시험기관’은 식약처의 공식 지정대상이 아니다. 식약처는 화장품의 유해성 검증을 담당하지만 효능·효과 시험은 민간기관이 수행한다. 이에 인체적용시험에서 시험기준, 피험자 보호 등 표준이 부재하고, 부작용이 발생해도 법적 보고 의무가 없어 안전 사각지대가 생기고 있다.
이 의원은 “임상시험기관들이 ‘식약처 지정기관’인 것처럼 광고하며 소비자를 오인시키고 있다”며 “시험검사기관 지정서를 효능 인증처럼 홍보하는 사례가 있어 법적 규제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오 처장은 “현행 제도상 식약처가 실태조사를 하더라도 행정처분을 내릴 근거가 부족하다”며 “임상기관 실태조사와 행정처분을 병행할 수 있는 관리체계를 마련하는 등 감독 권한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 국감장 나온 다이소 ‘퍼프’…“양심탈취에 중소기업은 도산위기”
화장품 산업의 또 다른 현안은 중소기업 기술탈취 문제였다. 최근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이 100억 달러를 돌파하며 K-뷰티의 저력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으나 K-뷰티를 이끄는 중소기업의 기술과 디자인은 대형 기업에 의해 무단 도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4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 올렸다.
허 의원은 국감 현장에서 다이소에서 판매 중인 ‘퍼프’와 중소기업 제품을 직접 비교하고 “아무리 봐도 똑같은 제품”이라며 대기업·중견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를 지적했다.
그는 “이는 기술탈취보다는 양심탈취”라면서 “K-뷰티를 이끄는 중소기업들이 도산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이 5,000원에 판매하는 화장용 퍼프를 다이소가 1,000원에 판매하면서 중소기업이 도산위기에 처한 것과 달리 다이소는 계속 성장하고 있는 상황을 꼬집은 것.

이에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화장품 등 중소기업 제품의 카피 문제는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사안”이라며 “지식재산처와 협력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허 의원은 “K-뷰티는 중소기업이 견인하고 있다”며 “이들이 다 무너진 뒤에야 대응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