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0일 금융감독원이 ‘삼부토건(001470) 주가조작’ 의혹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있다며 금감원에 항의 방문한 뒤 이복현 금감원장을 향해 “상당한 술수를 쓰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정무위 야당 간사를 맡은 강준현 민주당 의원은 이날 금감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결국 이 원장을 만나지 못했다. 검사 출신 이 원장이 잘못한 게 많은 것 같다. 국회를 무시하는 것도 있겠지만 (이 원장이) 도망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무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10시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신속한 조사를 촉구하기 위해 금감원을 찾았지만 같은 시각 이 원장이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소상공인·전통시장 소비 촉진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식에 참석하면서 이 원장을 만나지 못했다. 대신 이들은 이세훈 수석 부원장과 약 1시간 면담을 진행했다.
민주당과 금감원 간의 면담 일정은 지난 6일부터 조율된 것으로 전해졌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이 원장의 부재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이 원장이 금감원장에 취임하고 나서 정무위에서 몇 번이나 (금감원에) 방문했는데 단 한번도 (자리에) 있지 않았다”며 “이 원장이 말은 (국회를) 존중한다고 하면서 행동으로는 전혀 존중하고 있지 않다. 엄중히 항의하고 추후에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김현정 민주당 의원도 “오늘 오후 이 원장이 의원실에 와서 면담을 하기로 했다”며 “그런데 갑자기 오늘 오후 면담을 취소했는데 사유를 들어보니 개인적인 급한 일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상황이 엄중한 시기인데 개인적인 일이 뭐가 있느냐”고 꼬집었다.
지난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이 원장의 행적에 대한 의혹도 다시 불거졌다. 김 의원은 “지난해 12월 2일 비상계엄 전날에 이 원장이 분명히 이사를 갔다고 했는데 오늘 이사를 가지 않았다는 게 확인됐다”며 “이 원장이 명백하게 정무위에서 거짓으로 (증언)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 원장은 지난해 12월 정무위에 참석해 비상계엄 당일 오후 조기 퇴근한 이유에 대해 “전날 저희 집이 이사를 했고 제 처가 많이 아팠다. 개인적인 사유”라고 답한 적 있다. 금감원은 이 원장의 이사 문제와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이 수석부원장과의 면담에서 삼부토건 대주주와 이해관계자들이 110억 원대의 차익을 실현한 사실, 금감원이 조사 자료를 금융위원회 및 검찰과 공유하고 있다는 입장 등을 확인했다. 이들은 한국거래소의 삼부토건 이상거래 심리 결과가 지난해 9월 금감원에 넘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조사가 길어지고 있다는 데 대한 항의를 전달했다.
민 의원은 “이 중요한 사건에 대해 강제 수사권이 없는 금감원에서 무엇을 하면서 이렇게 오래 끌고 있는지 정말 의문”이라며 “(금감원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하면서 (사건을) 뭉개고 시간을 끌고 있다는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김남근 의원도 “만연히 금감원에만 맡겨 놓을 것이 아니라 검찰도 공식적으로 수사에 착수해야 할 단계”라며 “혐의 내용과 수사해야 할 대상도 다 특정된 단계에 와있다는 것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삼부토건은 2023년 5월 폴란드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글로벌 재건 포럼에 참석한 뒤 우크라이나 재건주로 분류되면서 1000원대였던 주가가 같은 해 7월 장 중 5500원까지 급등했다. 야권에서는 급등 시기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우크라이나 방문 시기와 겹친다며 주가조작 의혹을 제기해왔다.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삼부토건 주가는 전 거래일 하한가에 이어 이날도 25.66% 떨어진 478원에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