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과 날 세우고도 장례식 간다…트럼프 결심 뒤에는 멜라니아

2025-04-22

“멜라니아와 저는 로마에서 열리는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식에 참석할 예정입니다(Melania and I will be going to the funeral of Pope Francis, in Rome).”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식 참석 계획을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 이렇게 밝혔다.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를 문장 맨 앞에 내세운 점이 눈길을 끈다. 가톨릭 신자인 멜라니아 여사는 이민 추방 정책 등을 놓고 날카롭게 대립했던 트럼프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 사이에서 긴장을 누그러뜨리는 중재자 역할을 하곤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20일 재집권 후 첫 외국 방문지가 그간 여러 현안에서 첨예한 반목을 드러냈던 교황의 장례식장이 된다는 점도 아이러니하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과 교황은 공통점이 거의 없는 극과 극의 캐릭터다. 뉴욕타임스(NYT)는 “두 사람은 단순히 스타일 이상의 면에서 의견을 달리했다”며 “한 사람은 교황의 상징인 빨간 구두와 화려한 관저를 거부하고 바티칸 시국의 공동숙소에서 검소하게 살면서 종교적 청빈함을 추구한 반면 다른 한 사람은 뉴욕의 고층 빌딩부터 백악관 집무실까지 손대는 거의 모든 것을 금빛 광채로 감쌌다”고 짚었다.

국경 장벽 놓고 트럼프-교황 ‘충돌’

두 사람의 갈등이 대중에 노출된 건 2016년 미국 대선 때부터다. 그해 2월 프란치스코 교황은 멕시코 방문 도중 미국과의 접경지역에서 약 20만 명의 인파가 몰린 가운데 대규모 미사를 집전했다. 교황은 이후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전용기 안에서 “멕시코와의 국경에 거대한 방벽을 세우겠다”고 한 트럼프 당시 대선 후보 공약에 대해 “다리를 놓지 않고 벽만 세우려고 하는 사람은 그리스도인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는 “교황이 미국 정치의 복잡성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불쾌감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1월 집권 1기 출범 직전 텔아비브에 있던 주이스라엘 미국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는 계획을 밝힌 데 대해서도 교황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공존 원칙을 깨고 갈등을 부추기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2017년 둘 대면…당시 언론 “불편한 만남”

두 사람의 공식 대면은 2017년 5월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됐다. 집권 1기 첫 해외순방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을 거쳐 그해 5월 24일 바티칸 사도궁을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과 30여분간 면담했다. 나란히 찍은 기념사진에서 활짝 웃은 트럼프 대통령과 냉엄한 표정의 교황 얼굴이 대비돼 화제가 됐다. 당시 언론에선 “불편한 만남”이란 해석이 나왔다. 교황이 기후위기론을 부정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교황청이 2015년 발행한 기후변화와 환경보호에 관한 회칙 ‘찬미 받으소서(Laudato Si)’와 자신의 주요 저서를 선물한 것도 의미심장한 것이란 말이 돌았다.

하지만 교황과 멜라니아 여사의 대면 때는 분위기가 달랐다. 멜라니아 여사는 1962년 3월 11일 교황 요한 23세를 알현한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부인 재클린 케네디 여사 이후 55년 만에 바티칸을 방문한 첫 가톨릭 신자 퍼스트레이디였다.

교황, 멜라니아 만남선 훈훈한 모습

프란치스코 교황은 멜라니아 여사에게 “남편에게 뭘 해 먹이는가? 포티카(슬로베니아 전통 호두빵)인가?”라고 물었고 멜라니아는 웃으며 “그렇다”고 답했다. 슬로베니아 출신 멜라니아 여사에 대한 교황의 따뜻한 배려와 문화적 유대감이 드러난 상징적 장면으로 회자됐다. 당시 교황은 멜라니아 여사에게 묵주를 건네며 따로 축복 기도를 했다고 한다. 언론에서는 “교황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흐른 팽팽한 긴장감이 멜라니아 여사로 인해 다소나마 완화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은 대립각을 세웠다. 교황은 지난해 9월 미 대선 국면에서 “트럼프(당시 공화당 후보)의 반이민 정책이나 카멀라 해리스(당시 민주당 후보)의 낙태권 수호 모두 생명에 반하는 것”이라며 미 유권자들에게 ‘차악’을 선택할 것을 조언했다. 교황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 1월 한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불법 이민자 강제 추방 계획을 추진한다면 수치가 될 것”이라며 “가난하고 가련한 사람들이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기 때문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이날 오전 백악관에서 열린 부활절 달걀 굴리기(Easter Egg Roll) 행사에서는 “교황 장례식에 참석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직 모른다”고 했고, “장례식에 참석하고 싶은가”라는 후속 질문에도 “타이밍을 봐야 한다”고 했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두어 시간 만에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식 참석을 결정한 데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멜라니아와 여사와 교황 간 인연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로교 신자로 세례와 견진성사를 받았는데 2020년 더는 장로교인이 아니며 특정 교파에 속하지 않는 비교파 기독교인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지지율 42%…재집권 후 최저치

최근 관세 정책 등 추진 과정에서 스텝이 꼬인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집권 2기 출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ㆍ입소스가 미 성인 43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평가 비율은 42%로 지난 2일 조사치 43%보다 1%포인트 떨어졌다. 1월 20일 대통령 취임 당시 지지율 47%와 비교하면 5%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이는 대통령 취임 후 여러 행정명령을 통해 일방적 국정 운영을 편 데 대한 대중의 피로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75%는 ‘트럼프 대통령이 3선에 도전해서는 안 된다’고 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이민 정책에 대해서도 반대(46%)가 찬성(45%)을 앞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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