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신망 해킹 등 문제가 세계적인 골칫거리로 부상한 가운데 미국이 양자보안 분야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한다. 미국 정부가 2030년까지 정부 전산망을 양자암호(PQC) 체계로 전면 전환하는 계획을 수립하며, 다른 동맹국에도 영향을 끼치게 될 전망이다. 양자 보안 분야에 오래동안 투자해온 한국 기업이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산업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12일 증권가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미국이 AI와 더불어 양자를 핵심 기술로 육성하며, 관련 시장의 글로벌 경쟁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백악관 예산관리실(OMB)과 과학기술정책실(OSTP)이 발행한 정책 각서는 양자기술과 AI를 2027 회계연도 연방 연구개발(R&D) 최우선 순위에 둔다고 명시했다. 이같은 흐름에 따라 미국은 국가 양자 이니셔티브법(NQIA) 재인가를 추진하며, 연방 정부 전산망을 양자암호 체계로 완전 전환하는 시점을 기존 2035년에서 2030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미국 상원 의회에서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공동으로 '국가 양자 사이버 보안 마이그레이션 전략법'을 발의해 논의 중이다. 법안은 연방 기관이 2027년 1월 1일까지 최소 하나의 고위험 정보 시스템을 양자 내성 암호화로 전환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법안을 발의한 마샤 블랙번 연방 상원의원(공화당)은 “중국이 2049년까지 양자 분야를 주도하지 못하도록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지, 어떻게 맞설지를 결정하는 것은 우리(의회)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미국의 양자기술 활성화 움직임은 국내 기업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하나금융투자와 프레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세계양자암호 시장은 올해부터 연평균 38.3% 2034년 180억달러(약 25조원) 이상 규모를 형성할 전망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우리넷, 쏠리드, RFHIC, 이노와이어리스 등 네트워크 관련 기업들이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상용화하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의 양자 분야 투자 확대, 최근 노벨물리학상에서 양자 분야 수상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양자 분야에 대한 R&D와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양자 보안은 최근 이동통신사, 카드사, 정부망 해킹 등을 예방할 유력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양자기술을 12대 국가전략기술 중 하나로 관리하며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말 '국가양자종합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상무는 “미국의 PQC 의무 탑재 명령 등은 국내 유선 및 보안 장비 업체는 물론 무선 장비업체 들에게도기회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의 PQC로의 전환은 국내와 미국 친화적 국가들의 PQC 도입을 촉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