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스톡커] "안 주면 모욕", 美대통령 5번째 평화상 받는가

2025-10-03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노벨상 시즌이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0일 평화상 수상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7개 이상의 국제 분쟁을 종결했다며 노벨평화상 수상의 자격이 있다고 스스로 수 차례 강조했기 때문이다. 각국 정계와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수상 확률을 높게 보지 않으면서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때와 같은 이변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을 경우 이에 자신감을 얻은 현 미국 행정부가 현 외교 정책을 한층 더 밀어붙여 시장에 충격을 줄 공산도 크다. 전 세계 경제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으로 요동을 치는 있다는 점에서 13일 공개되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지점이다. 수상자의 연구 성과가 현 글로벌 경제 정책을 평가하는 시대 정신처럼 인식될 수 있는 까닭이다.

10일 노벨평화상 발표…트럼프 “아무것도 안 한 사람 주면 美에 모욕”

3일 노벨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노벨상은 6일(현지 시간)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7일 물리학상, 8일 화학상, 9일 문학상, 10일 평화상, 13일 경제학상 순으로 발표된다.노벨상은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스웨덴 과학자 알프레드 베른하르드 노벨이 제정한 상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헌신하고 인류 공동체의 미래에 기여한 사람들을 격려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노벨상은 ‘정치 중립’의 원칙을 표방하지만, 높은 권위 때문에 세계인들은 수상자의 면모를 통해 당대 인류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를 가늠한다. 노벨생리의학상은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물리학·화학·경제학상은 스웨덴 왕립과학원, 문학상은 스웨덴 한림원, 평화상은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각각 시상한다.

노벨상은 여러 분야에 걸쳐 있지만 국제 정계와 외교가의 가장 큰 관심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상 수상 여부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임기 때부터 노벨평화상에 대한 야심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미국 버지니아주 콴티코의 해병기지에서 전세계 미군 장성들을 대상으로 연설하는 자리에서도 “나는 (노벨평화상) 수상을 원하지 않고 미국이 받길 원한다”면서도 자신이 분쟁을 중재해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노벨위원회)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에게 평화상을 줄 것”이라며 “그것은 미국에 큰 모욕이 될 것이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미국 뉴욕 UN본부에서 열린 총회에서도 “나는 7개의 전쟁을 종식시켰고 이들 국가의 지도자들과 협상했지만 협상 타결을 돕겠다는 UN의 전화를 한 통도 받지 못했다”며 “모두가 이 모든 업적 하나하나에 대해 내가 노벨평화상을 받아야 한다고 얘기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파키스탄·이스라엘·캄보디아 정부, 올렉산드르 메레즈코 우크라이나 의회 외교위원장 등을 통해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르완다, 이스라엘·이란, 인도·파키스탄, 캄보디아·태국, 세르비아·코소보, 에티오피아·이집트 등 최소 7개 분쟁 중재를 트럼프 대통령의 업적으로 꼽고 있다.

미국 대통령 역대 4명만 받아…가능성 낮지만 ‘이변’ 배제 못해

국제 사회에서는 이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가능성을 대체로 높게 점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국제 분쟁 해결 업적의 근거가 뚜렷하지 않은 까닭이다. 무엇보다 최대 승부처인 우크라이나 종전과 가자 지구 분쟁 해소 관련 업적이 희박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올해 각계의 추천을 통해 선정된 노벨평화상 후보자는 총 338명이다. 여기에는 국제형사재판소(ICC),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홍콩의 인권운동가 저우항퉁 변호사, 캐나다의 인권변호사인 어윈 코틀러 전 법무장관 등이 후보에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는 대선 기간 “내가 집권하면 24시간 안에 끝낼 수 있다”는 호언장담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거꾸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연 전략에 말려든 양상을 보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8월 15일 트럼프 대통령을 미국 알래스카에서 만난 뒤에도 우크라이나 쪽으로 영토를 계속 넓히면서 중국, 북한, 인도, 이란 등 반미(反美) 세력과 더 밀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8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양자 정상회담을 하는 과정에서 “나는 6개의 전쟁을 끝냈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곱 번째가 될 것”이라면서도 “이것이 어쩌면 가장 쉬운 일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 지구에 대해서도 200만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모두 요르단이나 이집트로 강제 이주시킨 뒤 이 지역을 중동 지중해변의 ‘리비에라’ 휴양도시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가 거센 반발만 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자신이 마련한 ‘가자지구 평화 구상’을 실행하겠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총 20개로 구성된 이 구상을 수락할 경우 모든 인질을 72시간 내 석방하고 전쟁을 종식한다는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장을 맡는 평화위원회가 팔레스타인 위원회를 관할하는 게 핵심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리고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향해 “워싱턴DC 시간으로 일요일(5일) 오후 6시(한국시간 6일 오전 7시)까지 이 구상에 합의해야 한다”면서 “만약 마지막 기회를 놓치면 이제껏 누구도 보지 못한 지옥이 펼쳐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하마스는 몇 시간 뒤 인질 전원 석방과 가자지구에서의 권력 포기 등 해당의 구상 일부를 수용한다고 답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UN총회 때 자국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에 ‘전쟁을 끝내라’는 압력을 가할 수 있는 힘을 지닌 인물은 트럼프 대통령뿐”이라며 “노벨평화상은 이 분쟁을 멈출 때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도 올 5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가진 고액 후원자들과 만나 “가자지구 분쟁 해결이 특히 힘들다”며 “그들은 1000년 동안 싸워왔기 때문에 어떠한 해결책을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노벨경제학상은 마지막 날인 13일…'관세 전쟁' 향한 메시지 될 수도

그간 전·현직 미국 대통령 가운데 노벨평화상을 받은 사람은 총 4명에 불과하다. 첫 수상자는 1906년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으로 ‘포츠머스 조약’을 통해 러일전쟁 종전을 중재한 업적을 인정받았다. 두 번째 수상자는 1919년 우드로 윌슨 전 대통령으로 1차 세계대전 종전 뒤 UN의 토대가 된 국제연맹 창설을 주도한 공로를 평가받았다. 윌슨 전 대통령에게는 한국인에게도 익숙한 ‘민족자결주의’와 ‘14개조 평화원칙’을 발표한 업적도 있었다. 세 번째 수상자는 퇴임 후 비영리단체인 ‘카터 센터’를 세워 인권, 민주주의, 국제 분쟁 중재, 보건 개선 활동에 매진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다.

마지막은 취임 직후인 2009년에 받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다. 새로운 외교 리더십과 국제 협력의 희망을 보여줬다는 게 수상 이유였지만, 당대에도 뚜렷한 업적 없이 단지 미국 지도자라는 이유로 수상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전례는 올해 트럼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이변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최대 근거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8년에도 북미 정상회담을 이유로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된 바 있다. 또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바레인·모로코 간 관계 정상화를 위한 ‘아브라함 협정’ 체결에 대한 공로로 2020년과 2021년에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1기 집권 때 아무런 준비와 소득도 없이 2018년 6월 싱가포르,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각각 세 번이나 만난 것도 노벨평화상을 겨냥한 행보였다는 해석이 많다.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가 8월 27일 페이스북에 공개한 서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달 20일 편지를 보내고 “나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해 준 것에 감사하다”며 “나는 끔찍한 전투를 끝내고 수천 명의 생명을 구한 휴전 합의의 일부가 돼 자랑스럽다”라고 밝혔다.

올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미국이 지켜온 자유무역주의를 훼손하는 경제 정책을 밀어붙이는 탓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도 세계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노벨경제학상은 노벨상 시상 마지막 날인 13일 발표된다.

노벨경제학상 후보로는 임금 구조와 기술 변화 등에 관해 분석한 데이비드 어터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경제학과 교수와 로런스 캐츠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 심리·문화에 따른 인종차별과 기업 지배구조 등에 대해 분석한 마리안 버트랜드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교수와 센드힐 물라이나탄 MIT 경제학과 교수, 경제·정치적 불확실성이 투자·고용 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니컬러스 블룸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교수 등이 거론된다. 수상자가 누가 되고, 또 어떤 연구 업적을 인정받느냐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세계 경제 질서도 자연스럽게 재평가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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