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세돌이 알파고와의 대국에 대한 솔직한 심경을 이야기했다.
오늘(4일) 밤 방송되는 ‘AI토피아’ 17회에서는 한국 바둑의 상징이자 인공지능을 상대로 승리한 유일한 인간인 이세돌이 아홉 번째 지식텔러로 나섰다.
그는 과거 알파고와의 대국 경험을 바탕으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인간이 AI를 이겼던 순간, 인간은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을까’에 대하여 AI의 발전 과정 속 인간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펼쳤다.
이세돌은 전 국민의 이목이 쏠렸던 알파고와의 대국에 대해 “대국 전날까지도 패배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하며, 당시 품었던 강한 자신감을 회상했다.

그러나 대국이 시작된 후, 그는 인간이 아닌 상대에 대한 생소함과 괴리감을 느끼며 손쉽게 빼앗긴 1수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어진 2국에서는 인간과 달리 흔한 실수조차 없던 알파고에게 무력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3국에서는 작전을 통해 승부를 뒤집어보려 했으나, 여기서 인간의 ‘직관’과 알파고의 ‘데이터’ 차이를 느꼈다고 전했다. 인간은 감각에 의존하여 수를 두는 반면, 알파고는 방대한 데이터에 기반을 둬 수를 결정하는 방식에 무력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3국 패배 후 이세돌은 정상적인 실력으로는 승리하기 힘들다고 판단하여 50수에서 100수 사이에서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매 대국 새로운 전략을 시도한 끝에 ‘정답이 아닌, 오답의 수’를 던지는 방식으로 AI에 맞섰다고 밝혔다. 이 승부수를 통해 인간의 직관이 AI를 이기는 순간을 만들어냈으며, 대중의 큰 환호를 받았다.
하지만 이세돌은 매번 최선의 수로 임했던 기존 신념과 철학에 반하는 수를 둔 것에 대해 ‘창의적 사고’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지한 고민을 가졌다고 전했다.
이세돌은 “현재 AI 바둑 등장 이후, 바둑 기사들은 AI의 수를 ‘정답’으로 여기며 학습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러한 변화로 인해 인간의 직관과 창의성이 사라지고, 바둑 고유의 색을 잃게 되었다”고 진단했다.

한편, 이세돌은 자신이 생각하는 바둑은 사라졌다고 말했다.
동시에 바둑이 예술에서 스포츠로의 변화, 부수적 요소였던 ‘승부’가 본질이 된 현재를 언급하면서, 자신의 생각이 바둑에 대한 정답은 아니라며 변화하는 시대 속 바둑의 본질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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