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전기차 화재 배상책임보험 가입 의무화를 담은 법률안이 지난 6월 발의됐다. 이는 전기차 충전시설에서 화재 발생에 대비해 전기자동차 충전사업자 및 전기자동차 충전시설을 소유·관리 또는 점유하는 자가 책임보험에 가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보험업계에서는 국내 전기차 보급이 최근 몇 년 새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잇단 화재사고로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법안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이훈기, 김영진 의원은 지난 6월 27일 전기차 충전시설에 대한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를 내용으로 하는 법률안을 각각 발의했다. 해당 발의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훈기 의원과 김영진 의원은 각각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과 ‘전기안전관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는 공통적으로 전기자동차 충전시설에서 화재 및 폭발 등이 발생하는 경우에 대비해 전기자동차 충전사업자 및 전기자동차를 충전하기 위한 시설을 소유·관리 또는 점유하는 자가 책임보험에 가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훈기 의원은 “최근 전기차 충전시설에서 화재 등 사고가 발생하고 있으나, 관련 책임보험 가입 의무 규정이 없어 사고 발생 시 보상받을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영진 의원도 “전기자동차 및 전기자동차 충전시설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전기자동차 충전시설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화재와 폭발사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현행법은 전기자동차 충전사업자에게 보험에 가입해야 할 의무를 부여하지 않아 해당 충전시설에서 발생한 사고로 큰 피해를 입은 피해자는 전기자동차 충전사업자의 보상능력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거나, 보상능력이 충분해도 사고의 책임소재가 명확히 규명되기 전까지는 제대로 구제받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전했다.
전기차 화재 사고는 최근 몇 년 새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올 들어 지난 8월 인천 청라지구 아파트 지하 주차장을 비롯해 이달 14일에는 충남 아산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주차돼 있던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특히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2021~2023년 발생한 전기차 화재 가운데 주차 중(25.9%)이거나 충전 중(18.7%) 발생한 화재가 약 45%를 차지했다. 아울러 서울시의 경우 2022년 말까지 설치된 전기차 충전시설 3만3천952개 중 약 90%가 아파트 주차장 등 지하에 위치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치 특성을 감안할 때 합선 및 누전 등으로 인한 화재사고 발생 시 대형 화재로 번질 우려가 있음에도 현재 전기차 충전시설에는 주유소 등 타 유사시설과 달리 배상책임 의무보험이 도입돼 있지 않다.
즉 전기차 충전사업자는 영업배상책임보험 등에 자율적으로 가입하거나 보험에 미가입한 상태인데, 영업배상책임보험은 사업자의 과실이 있는 사고에 한해 보상이 이뤄진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 사업자에게도 유사시설과 마찬가지로 ‘무과실 책임주의’를 적용해 사업자의 책임이 불명확한 사고까지 보상하는 배상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김영진 의원은 법률안 발의 취지에 대해 “전기자동차 충전사업자는 전기자동차 충전시설에서 화재, 폭발 등이 발생한 경우 해당 사업자의 과실이 없더라도 피해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책임보험에 가입하도록 함으로써, 전기자동차 충전시설에서 발생한 사고피해자를 원활하고 신속하게 구제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보험업계는 전기차 충전시설에 대한 배상책임보험 가입 의무화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국내 전기차 보급이 몇 년 새 급증하고 실제 화재 피해가 발생하면서 시의적절한 대비책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보험연구원 천지연 연구위원과 전용식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9월 발간한 ‘전기차 화재 위험 관리를 위한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전기차 화재는 열폭주에 따른 화재 진압의 어려움 등으로 주차장과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의 위험성이 비교적 크다”며 “실제로 주차장, 차고, 전기차 운송 선박 등 폐쇄된 공간에서의 화재 발생 및 피해가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전기차 규모 증가와 함께 전기차 화재 위험 인식이 확대되면서 주요국에서는 전기차 화재 위험 관리를 위한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전기차 화재 위험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며 전기차 화재와 관련된 위험요소를 구체적으로 평가해 자동차보험, 전기차 충전사업자 배상책임보험, 화재보험 등 보험을 통한 화재위험 관리 및 사고 예방을 위한 다양한 방안 모색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부 관계부처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는 누적 기준 2019년 9만923대에서 지난해 5월 46만5천126대로 5배가량 증가했다.
천지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주유소 등 전기차 충전시설의 유사시설은 과실과 관계없이 화재 발생 시 피해를 보상하는 무과실책임을 적용해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도록 하고 있어 예전부터 전기차 충전시설과의 형평성 문제가 지적돼 왔다”며 “그런 가운데 실제 화제 사고가 발생하면서 전기차 충전시설도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전기차 화재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배터리 안정성 등이 확보돼야 하겠지만 이를 뒷받침할 기술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보험사들이 사회 안전망으로서 차선책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이번 전기차 충전시설 배상책임보험 가입 의무화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보험사들도 피해 발생 시 조속한 복구에 동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신정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