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나스닥에 있는 동물복지계란을 유통하는 기업의 시가총액은 1조8000억 원이 넘습니다. 이러한 글로벌 기업을 지향해 그간 축적된 노하우를 기반으로 제주도를 동물복지 기업의 성지로 만들겠습니다”
제주도의 천혜의 자연에서 동물복지라는 철학을 통해 혁신 기업의 길을 걷고 있는 김봉현 제주웰빙영농조합법인 대표와 이원신 농업회사법인 아침미소 총괄 이사는 “브랜드 확장을 통해 양계·낙농업 분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켜 나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봉현 대표와 이원신 이사는 당장 수익이 나오지 않고 관리가 까다로워 농장주들도 꺼려하는 동물복지 기업을 운영하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는 청년 인재들이다.
‘애월아빠들’이라는 브랜드로 동물복지계란을 생산·판매하는 김 대표는 당초 공인회계사 출신이다. 50년 가까이 양계업을 하던 친구 아버지의 뒤를 이어 양계업을 하던 오랜 친구의 부름에 4년 전 합류해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동물복지계란 생산에 대한 기반을 갖췄지만 기업 성장에 애로를 겪던 친구가 전문경영인으로 김 대표를 선택한 것이다. 친구의 선택은 탁월했다. 지난해 277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김 대표가 온 이후 4년 동인 실적과 관련 인원이 각각 2배 이상 늘었다. 제주에만 직영농장 4곳과 위탁농장 12개를 가지고 있다. 애월아빠들이라는 브랜드가 본 궤도에 오른 것은 제주도라는 청정이미지와 함께 보리새싹, 해초류, 마늘 엑기스, 매실 엑기스 등을 첨부한 보조사료로 성실히 관리한 덕분이다. 현재 이러한 원료를 통한 보조사료를 배양하는 기술은 특허출원 돼 있다. 여기에 일반적으로 좁은 철장안에 갇혀 산란만 하는 기존 양계장의 ‘닭장’은 애월아빠들 양계장에서는 찾아 볼 수가 없다. 넓은 양계장 안에 닭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이러한 관리를 통해 애월아빠들의 달걀은 달걀 특유의 비린내가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애월아빠들에는 제주도의 유일한 재래닭인 구엄닭 방목 유정란 생산에도 집중하고 있다. 제주시 애월읍 구엄리 지명에서 유래된 구엄닭은 일제시대 멸종위기를 겪었지만 최근 복원을 통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구엄닭은 보통 100m씩 날아다니는 등 야생성이 강하다. 일반 닭 보다 체구가 작은 만큼 계란도 작지만 오메가3 비율이 월등히 높고 고소한 맛이 특징이다. 구엄닭 산란율은 기존 닭의 35% 수준으로 계란 한 알에 1700원 이상을 한다. 일반 계란은 물론 다른 동물복지 계란보다 비싼 가격이다. 하지만 낮은 산란율과 높은 가격에도 최근 프리미엄 계란에 대한 수요와 구엄닭 계란의 높은 영양소로 인해 매출이 증가하는 추세다. 현재 구엄닭은 애월에 있는 5개 농장에서 4만 수 정도가 있다.

김 대표의 사업 확장은 제주도에만 머물고 있지 않다. 동물복지 계란에 대한 각종 기술을 가지고 있는 만큼 육지에 있는 양계장에도 충분히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에 농장주들의 고령화가 심각하고 2세들은 관련 사업을 이어받기를 꺼려 하고 있다”며 “농장이 많을 수록 기술도 더 축적되고 더 좋은 품질의 계란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를 위해 제주 뿐 아니라 육지까지 영역을 넓혀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원신 총괄 이사가 부모님과 함께 운영하는 아침미소목장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정부로부터 '자유방목 동물복지 인증 젖소 목장'이자 ‘저탄소 축산물 인증’을 받은 친환경 목장이다. 얼마전까지 자유방목 동물복지 인증 젖소 목장은 한국에 2군데가 있었지만 까다로운 기준에 이제 아침미소목장만 남게 됐다. 현재 아침미소농장에는 1000마리 이상 들어가는 공간에 100마리의 젖소만 키우고 있다. 젖소들은 매일 10시20분 출근해 넓은 초원에서 자유롭게 지내다 4시40분 외양간으로 돌아간다. 목장에서 직접 키운 풀로 거의 대부분을 자급하다 보니 우유의 체세포수가 극히 낮다. 체세포수는 우유의 죽은 세포로 적을수록 좋은 우유를 나타낸다. 그만큼 소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적다는 말이다.

현재 아침미소목장은 아름다운 풍광과 여유롭게 뛰어노는 젖소를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제주도 명소로 유명하다. 이 이사의 조부가 1975년 처음 목장을 시작했고, 이 이사의 부모님에 이어 3세 경영인으로 목장을 운영하고 있다. 당초 인천에서 경찰관 생활을 하던 이 이사는 10여 년 전 부모님의 합류 요청에 목장 운영에 참여 했다. 이 이사의 합류로 가장 달라진 점은 일반적인 다른 목장과 달리 자체 브랜드로 사업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 이사는 “대기업에 원유 대금을 받고 하던 원유 사업에서 벗어나 우리만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자체 브랜드를 만들게 됐다”며 “처음에 목장과 치즈를 만들던 작은 공방만 있었는데 목장을 일반에게 개방해 체험 할 수 있도록 관광목장으로 바꾸고, 치즈를 넘어 요구르트, 아이스크림, 빵 등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찾으면서 다양한 유제품에 대한 인기도 높아지면서 매출 확대를 위해 젖소 수 확대를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이사는 규모의 경제 대신 브랜드 가치 확대를 택했다. 제품 가격이 높더라도 최고 품질의 제품 생산을 유지하면서 브랜드 가치를 높여간다는 것이다. 실제 아침미소목장에서 생산하는 다양한 유제품은 국내 대형 백화점에서 프리미엄 제품으로 통한다. 이 이사는 “대기업이 하는 걸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의지로 우리만의 비즈니스를 만들었다”며 “앞으로 과자류 등 제품 확장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포와 이 이사는 기업 운영 외에도 제주 지역 혁신 기업을 지원하는 이노비즈협회 업무도 맡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달 초 이노비즈협회 제주지회 9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이 이사는 부회장을 맡고 있다.
이들은 제주 지역 회원사를 대폭 늘리고 지원조례를 통해 기술혁신기업들의 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제주에는 91개의 이노비즈 인증 기업이 있자만 회원사로 활동하는 기업은 30곳이 안된다”며 “회원사를 대폭 확대하고 사무국도 활성화 시켜 그동안 위축됐던 이노비즈 제주지회를 재건 하겠다”고 말했다. 또 이를 위해 혁신 기업의 지원의 근간이 되는 '중소기업기술혁신촉진에 관한 지원 조례' 제정을 위해 제주도의회와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또 제주도에 있는 유관기관은 물론 수 많은 이업종 단체와 제주도에 있는 기업부설 연구소 등과의 네트워크를 강화를 통해 다양한 사업 영역도 넓혀나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