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터에서 적을 탐지하던 레이더 기술은 이제 우리 집 안에서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감시자로 변모하고 있다. 바이오 레이더 센서는 비접촉 방식으로 생체 신호를 감지하며, 고령자 돌봄부터 응급 상황 대응까지 일상의 안전을 책임지는 새로운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레이더(RADAR)는 전자기파를 이용해 물체의 거리와 속도를 측정하는 기술로, 제2차 세계대전에서 군사 전략의 핵심 기술로 자리 잡은 이후 항공관제, 기상관측, 해상 감시 등으로 활용 범위를 넓혀왔다. 초기에는 대형 장비가 필요했지만, 반도체 기술의 발전으로 이제는 손바닥 크기의 장치로도 정밀 감지가 가능하다.
이러한 기술의 진화는 군사 작전을 위한 감시 정찰을 넘어 우리 일상생활 속으로 스며들어 새로운 변화를 이끌고 있다. 대표적으로 차량 안전 분야에서 밀리미터파(mmWave) 레이더 센서는 자율주행차의 핵심 기술로, 어두운 환경이나 악천후, 먼지나 연기 속에서 카메라나 라이다(LiDAR)보다 안정적인 탐지 성능을 발휘한다.
이는 CMOS 기반의 초고주파 집적회로와 고집적 모듈 설계 기술의 융합 덕분이며, 최신 레이더 센서는 차량 범퍼나 헤드램프 내부에 통합되어 디자인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정밀한 주변 감지를 수행한다.
최근 레이더 기술은 헬스케어 분야로 확장되며 '바이오 레이더 센서'라는 이름으로 생명을 지키는 새로운 감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바이오 레이더 센서는 사람의 심박, 호흡, 자세, 미세 움직임, 보행 및 균형 상태, 낙상 등 다양한 생체 정보와 위험 상황을 비접촉 방식으로 감지한다. 이는 웨어러블 기기의 착용 불편, 카메라 시스템의 프라이버시 침해, 설치의 복잡함과 유지보수의 문제 등 기존 감지 기술의 단점을 보완하며, 일상 내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비접촉 모니터링에 최적화된 솔루션으로 부상하고 있다.
가정에서는 고령자 돌봄, 수면 모니터링, 응급 상황 감지 등 건강 관리와 복지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사고 시 신속한 대처가 어려운 독거노인이나 1인 가구와 같은 취약 계층의 건강을 실시간으로 살필 수 있다. 병원에서는 비침습 방식으로 환자의 움직임, 호흡, 심박 변화 등을 감지해 의료 서비스의 질과 효율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 활용은 바이오 레이더 센서가 단순 서비스를 넘어 실질적 '복지 인프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의료 접근성이 낮은 지역이나 감염 위험이 큰 환경에서도 접촉 없이 환자를 모니터링할 수 있어 원격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또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한국 사회에서 돌봄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실질적 대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으며, 유아 돌봄, 장애인 지원, 산업 현장의 안전 관리, 스마트 시티 인프라 등 더욱 다양한 응용 분야로 확대될 것이다. 향후 인공지능(AI) 기술과의 결합을 통해 맞춤형 건강 관리 서비스로 진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망한 바이오 레이더 센서 기술이 '라이프 체인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일상 환경에서도 연속 생체신호 모니터링이 가능한 수준의 기술 고도화와 함께 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 바이오 레이더 센서에 대한 의료기기 인증, 표준화, 사용 주파수 대역에 대한 정책적 지원, 감지 정보의 신뢰성을 확보 방안 등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아울러 비접촉 생체 데이터의 수집과 활용에 대해 개인정보 보호법과 연계된 데이터 관리 체계 및 윤리적 가이드 라인도 반드시 구축돼야 한다.
이제 상상해 보자. 당신 집 안의 작은 센서 하나를 설치하는 순간, 나와 가족의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응급 상황에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미래를. 병원에 가지 않고도 심박과 호흡의 변화를 모니터링하며 원격으로 관리해 주고, 낙상 가능성을 미리 감지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더욱 안전하고 편리해질 것이다.
기술적 혁신과 제도적 토대가 함께 마련될 때, 바이오 레이더 센서는 단순한 헬스케어 기기를 넘어 우리 삶을 보다 조용히 지켜주는 '생활 밀착형 인프라'로 진화할 것이다. 바이오 레이더 센서가 만드는 보이지 않는 보호막이, 곧 우리 일상을 조용히 지켜줄 날이 머지않았다.
양종렬 건국대 부교수·한국전자파학회 교육집행이사 jryang@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