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이가섭, 치열함 끝에 만난 즐거움 [D:인터뷰]

2024-10-16

1인 2역 연기로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었지만, 여전히 ‘다음 작품’만 기다리고 있다며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로 ‘흥행’에 성공한 이가섭은 들뜨지 않고 지금의 마음을 유지하며, 다시 시청자들을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다.

이가섭은 최근 종영한 MBC 금토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이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에서 건오와 수오 역을 맡아 1인 2역 연기를 선보였다. 자폐를 앓고 있는 구탁의 아들 수오와 미국 유학에서 갑자기 돌아온 수오의 동생이자 정우 친구 건오를 오가며 미스터리를 배가했다.

맡은 캐릭터도 쉽지 않았지만, 같은 듯 다른 캐릭터를 동시에 연기하는 것도 어려웠다. 이가섭은 ‘쌍둥이’라는 설정에 먼저 초점을 맞춘 뒤, 스타일부터 눈빛까지. 디테일한 부분들을 채워나가며 건오와 수오를 차근차근 완성했다.

“처음엔 ‘어떻게 표현하지’ 싶기도 했다. 너무 다른 인물이지만, 쌍둥이니까 교차점이 있어야 할 것 같았다. 변영주 감독님과 고민을 많이 나눴다. 안경을 써보기도 하고, 헤어에 변화를 주기도 했다. 옷 입는 스타일부터 사람을 바라볼 때의 눈빛 같은 것들을 같지만, 조금씩 다른 느낌을 줘 보면서 만들었다. 감독님이 디테일을 많이 잡아주셨다.”

후반부 ‘반전’을 담당하는 만큼 부담감이 있을 법도 했다. 그러나 이가섭은 건오, 수오의 내면에 방점을 찍고 캐릭터에만 집중했다. 수오의 ‘순수한’ 마음을 잘 표현하면,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반전을 체감할 것이라고 믿었다.

“건오가 어떤 인물인지 저는 아는데, 전개가 되기 전까진 어떤 인물인지 시청자들은 잘 몰라야 했다. 건오는 말을 하지 않는, 침묵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아버지에게 막혀서 말을 못 하기도 하지만. 수오는 우선 ‘착한 친구야. 도움을 주는 친구야’라는 믿음을 주는 것이 필요했다. 수오의 마음은 순수한 것이라고 믿고 연기했다. 행동적인 특징에 대해선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해외 작품 중 ‘굿닥터’를 레퍼런스로 삼으면서 잡아나갔다.”

14년 차 배우지만, 지상파 드라마에서 비중 있는 역할로 주목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어려운 캐릭터로, 쉽지 않은 역할을 부여받았지만 이가섭은 차분하게 캐릭터를 구축하고, 선배들의 연기를 보며 ‘배움’을 얻어나갔다. 이가섭은 자신의 공보다는 선배들의 힘이 컸다며 감사를 표하는 겸손함도 보였다.

“선배님들이 워낙 편하게 해 주셨다. 제 나이 또래 동료 배우들도 모두 좋은 배우들이었다. 종종 만난다. 다 같이 모일 때도 있고, 따로 종종 볼 때도 있고. 그게 지금까지 유지가 된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다. 촬영이 끝난 지 2년도 넘었지 않나. 그게 쉬운 건 아니다. 변영주 감독님, 재윤 선배도 그렇고 선배 배우님들이 분위기 메이커를 자청해서 해 주셨다. 저는 그냥 따라가면 됐다. 권해효 선배님의 눈을 보면 자연스럽게 건오, 수오로 연기를 할 수 있었다.”

한때는 더 잘하고 싶고, 빨리 다음 작품에 출연하고 싶어 조금함을 느낄 때도 있었다. 그러나 먼저 연기를 즐기지 않으면, 시청자들도 작품을 즐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편안함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금처럼 즐거운 연기를 오래 하기 위해 필요한 자세이기도 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즐거움을 느끼려고 한다. ‘흥미롭게 해야지’, ‘재밌게 즐겨야지’라는 생각을 한다. 어머니께서 ‘너는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말을 많이 해주신다. 즐겁게, 흥미롭게 일을 하다 보면 다른 것들은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재밌게 하면서 좀 더 많이 나오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아직은 오디션을 보며 ‘선택’ 받기를 기다리지만, 이 과정 또한 즐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물론 ‘들뜬 마음’은 가라앉히려고 노력 중이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 2%대의 시청률로 시작해 8%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사랑을 받았지만, 이를 담담하게 받아들인 이가섭은 지금처럼 연기에 즐겁게 집중하며 꾸준히 시청자들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쉴 때마다 불안한 감정들이 올라온다. 내가 언제까지 쉴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준비를 잘해놓으면, 또 할 수 있겠지라는 마음을 가지려고 한다. 오디션이 들어와도 ‘내가 한 번 가지고 가보자’라는 마음을 먹고, 그런 게 재밌다. 할 수 있다고 여긴 것을 해냈을 때의 기쁨, 또 안 됐을 때는 다음을 기약하는 재미. 그런 것들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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