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하고도 단단하게, 정우

2024-10-16

유연해지니 부러지지 않는다. 부러지지 않으니 더욱 단단하다. 배우 정우다.

“한때 몸과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연기가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했거든요. 현실과 작품을 구분하지 못했고, 항상 내 연기를 검사 맡는다는 생각에 현장을 즐기지 못했죠. 작품과 연기, 그리고 ‘자연인 정우’ 사이에 건강한 거리를 유지했어야 하는데, 너무 붙어있었던 거예요. 2년 정도 작품을 쉬면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었고 많이 깨달았어요. 아내인 정유미가 가장 큰 힘이 됐고요. 매일매일 날 위해서 기도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감사한 건데, 그 당시엔 그게 안 보이더라고요. 연기에만 빠져서, 날 갉아먹고 있었던 걸 몰랐던 거예요. 이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먹고 산다는 게,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충분히 느끼고 있어요. 하루하루가 즐겁고 행복합니다.”

정우는 16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6년 만에 세상에 내놓는 영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감독 김민수) 촬영기와 배우로서 슬럼프, 극복한 지금의 행복감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호쾌하게 들려줬다.

■ “대학 동기였던 김민수 감독, 현장에서 만나니 신기해”

연출을 맡은 김민수 감독과는 서울예대 동기다. 학창시절 연락하고 지낸 사이는 아니어서, 영화업계에서 대본을 받았을 때에야 알고 깜짝 놀랐다는 그다.

“처음 대본을 봤을 때 심플하고 섹시해서 매력을 느꼈어요. 어떤 감독인가, 이름을 봤는데 제가 아는 친구 이름인 거예요. 신기했죠. 영화감독이 꿈이었던 김민수 감독이 배우가 꿈이었던 제가 이젠 업계에서 대본을 주고받는 사이가 됐으니 말이죠. 개인적으로 연락하는 사이가 아니라서 혹시나 만났을 때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가, 어색하지 않을까 고민하긴 했지만 만나보니 저만큼 뜨거운 친구였어요. 현장에서도 연기하다가 어려울 때 붙들고 속마음 얘기할 수 있는 김민수 감독이 있어서 참으로 든든했고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는 수사는 본업, 뒷돈은 부업인 두 형사 ‘명득’(정우)과 ‘동혁’(김대명)이 인생 역전을 위해 완전 범죄를 꿈꾸며 ‘더러운 돈’에 손을 댄 후 계획에 없던 사고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극 중 명득은 병상 위 딸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더러운 돈에 손을 대는 형사 ‘명득’을 연기한다.

“그땐 사실 부성애 연기를 제대로 느끼면서 하진 못했어요. 실제 딸이 많이 어리기도 했고, 지푸라기 하나라도 쥐어뜯는 느낌으로 했죠. 매달리고 구걸하는 마음으로요. 딸이 크면서 그 감정의 깊이가 매년 달라지니, 지금 하라고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하. 그럼에도 이번에 완성본 봤을 땐 ‘명득’이 조폭 돈에 손을 대는 이유에 설득이 되고 동요가 되더라고요. 이게 자식 없는 다른 관객들이 봐도 같은 느낌일지 모르겠지만요.”

■ “마음 열리고 날 내려놓게 된 지금, 더 자유로워졌어요”

몇년 전 만났던 그보다 훨씬 웃음이 많고 여유로워진 표정이었다. 그도 그런 얘길 많이 듣는다며 특유의 ‘껄껄’거리는 웃음을 토해냈다.

“어쩌면 그 땐 배우로서 욕심과 욕망이 너무나도 컸던 것 같아요. 건강하지 못한 욕심을 냈던 거죠. 그래서 연기하면서도 고통스러웠어요. 그렇다고 좋은 연기를 했느냐, 평가를 하자면 부끄럽기도 하고요. 아무래도 자기 검열을 자꾸 하다보니 저도 모르게 주연으로서 책임감에 짓눌렸나봐요. 이젠 달라요. 내가 해야할 몫은 다 하되, 제가 할 수 없는 것들은 제 손을 떠난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방향을 조금만 잘못 틀어도 또 고통의 길로 빠질 수도 있거든요. 물론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해요. 그걸 겪었기 때문에 결과만큼이나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으니까요.”

예능 출연에 대한 마음가짐도 훨씬 가벼워졌다고 했다.

“예능에서 콩트를 해야한다고 치면 예전엔 두렵고 부담스러웠어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서 연기를 해야한다는 것 자체가 어렵고 불편했거든요. 하지만 2-3년 전부터 마인드가 바뀌면서 내 자신을 내려놓고 편안하게 즐기게 됐어요. 최근엔 기안84 채널에도 나갔는데요. 그 친구 자체가 자연인이고 유머 코드도 잘 맞아서 진짜 힐링이 됐어요. 정말 좋아서 또 따로 만나기로 했다니까요.”

딸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작은 에피소드도 들려줬다.

“제 딸이 아빠 직업이 배우인 걸 알아요. 엄마 직업도 알고요. 어딜 같이 나가면 사람들이 싸인을 해달라고 하거나 사진 찍어달라고 하는데요. 딸이 ‘아빠, 저 사람이 아빠 팬이야?’라고 물어보곤 하죠. 그럴 때마다 전 이렇게 대답해요. 응. 아빠가 저분들 덕분에 먹고 사는 거야. 하하하.”

정우가 출연한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는 오는 1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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