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내내 반값 쿠폰? 농·축·수산물, 이러니 가격을 안 내리지

2025-01-14

기재부 올해 11.6조원 ‘물가 자금’ 편성

농수산물 할인 지원만 2000억원 넘어

연중 할인 지원으로 가격 안 낮춰

“직접 지원 줄이고 생산성 제고에 써야”

정부의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이 시장에서 가격을 내리지 않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년 내내 재정을 지원하는 탓에 판매자들이 가격을 낮출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올해도 11조원을 웃도는 물가 관리·대응 자금과 함께 2000억원이 넘는 가격 할인 지원 예산을 배정한 상황이라 사업 효과에 대한 명확한 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2025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올해 총 11조6000억원을 물가 관리·대응 자금으로 투입한다. 농·축·수산물 할인지원과 에너지·농식품 바우처(구매권) 등에 사용하는 자금이다. 이는 지난해 10조8000억원보다 8000억원 늘었다.

농·수·축산물 가격 할인에 직접 지원하는 예산도 2000억원이 넘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장바구니 물가 부담 경감을 위한 할인 지원 예산으로 1667억원을 투입했다. 올해도 1080억원의 예산을 배정한 상태다.

해양수산부 역시 수산물 가격 할인 지원 예산을 지난해 1000억원에 이어 올해 1000억원을 투입한다.

문제는 1년 내내 이어지는 할인 지원 정책이 상품 가격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 가격 형성 원리 작동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상품 가격은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 법칙으로 결정된다. 생산 대비 수요가 많으면 가격은 오르고, 반대로 생산 대비 수요가 적으면 가격은 내려간다. 이른바 ‘보이지 않는 손’의 원리다. 비싼 가격 탓에 수요가 따라주지 않으면 가격을 낮춰 소비자를 유인한다는 이론이다.

정부가 직접 예산 지원하면 소비자 경우 가격 할인 효과를 누릴 수는 있다. 다만, 재정 투입은 특수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장기적으로 시장의 가격 형성을 방해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소금과 같은 필수 소비재나 김장철 배추와 같은 특정 시기 급등하는 상품은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할 만큼 시간적 여유가 없다. 대체제가 없는 상품들도 마찬가지다.

이럴 때는 임시방편으로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서민 주머니 사정을 가볍게 할 필요가 있다는 게 시장 경제학자들의 주장이다. 지난해 ‘금(金) 사과’ 현상 때나 천일염 가격 폭등 때가 그랬다.

하지만 지난해처럼 연중 내내 예산을 투입해 ‘반값’ 할인을 이어간다면 판매자가 가격을 낮출 이유가 없다.

판매가격이 비싸도 정부가 재정으로 뒷받침한 덕분에 실구매가는 낮아진다. 소비자는 가격 부담이 없으니, 구매를 줄일 필요가 없다. 수요가 줄지 않으니, 판매자는 가격을 낮출 이유가 사라진다.

이 때문에 차라리 반값 구매 예산을 농·축·수산물 생산성 향상에 투입하는 게 장기적으로는 더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학과 교수는 “보조금, 비축물량 지원 등 10년째 반복되는 재정 투입식 물가정책은 임시방편이고 단기적 현상 유지에 지나지 않는다”며 “돈을 쓰더라도 농가의 생산성이 높아지도록 유도하는 구조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도 이런 문제점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할인 품목이 어느 정도 제한돼 있고, 물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원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할인 행사를 상시적으로 하게 되면 가격 체계를 왜곡할 수 있다는 지적은 맞는 말”이라면서도 “다만 우리가 수산물을 할인하는 것은 품목이 어느 정도는 제한돼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관계자는 “수산물 6대 성수품에 대해, 그것도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 때 수요들이 늘고 수요가 늘면 아무래도 장바구니 부담이 되니까. 그런 부분에서 할인 행사를 지원한다고 보면 된다”며 “특히 지난해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로 (수산물) 소비 저하 부분이 있어서 (할인) 기간도 많이 하고 물량도 많이 투입했다. 올해는 작년 대비해 (지원 예산이) 조금 줄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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