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지각 공연·사고 위험성 대비 미흡… 빛바랜 ‘왕의 귀환’

2025-03-31

‘파워’ ‘홈 스위트 홈’ 등 열창

AI 무대 연출·드론쇼 ‘초호화’

대성·태양·씨엘… 게스트 눈길

날씨 탓 공연 70분 지연 오점

무대아래선 관객들 몰려 아찔

수익금 3억 영남산불 복구 기부

그룹 빅뱅 출신 지드래곤이 8년 만에 단독 콘서트로 돌아왔다.

지드래곤은 29일과 30일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지드래곤 2025 월드 투어 위버멘쉬 인 코리아’(G-DRAGON 2025 WORLD TOUR Ubermensch IN KOREA)로 화려한 복귀를 알렸다. 마약 누명 등 논란과 긴 공백을 거쳤지만, 여유로운 웨이브와 박력 있는 랩으로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였다. 이틀간 6만명이 넘는 관객이 모였다.

붉은 장미가 박힌 재킷 차림에 왕관을 쓰고 등장한 지드래곤은 첫 곡 ‘파워’(POWER)와 ‘홈 스위트 홈(HOME SWEET HOME)’을 연이어 부른 뒤 특유의 말투로 “안녕하세요. 잘 지냈어요. 지드래곤이 돌아왔습니다”라고 인사를 전했다. 첫날 ‘홈 스위트 홈’을 부를 땐 대형 전광판으로만 등장했던 빅뱅의 멤버 태양과 대성이 30일 공연에는 직접 무대로 나와 지드래곤의 곁을 지켰다.

지드래곤은 영남권 대형 산불로 인한 사회적 분위기를 의식한 듯 “많은 일들이 있었다”며 “안타까운 일도 있고 상황이 이래저래 편치 않으실 텐데 여러분 앞에 서게 되는 이 자리에 귀한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공연에 앞서 콘서트 수익금 중 3억원을 영남권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해 기부했다.

태양, 대성 외에도 투애니원(2NE1) 씨엘이 초대손님으로 등장해 ‘알오디(R.O.D.)’와 ‘더 리더스’(The Leaders) 무대를 꾸며 관객의 열정적인 환호를 이끌어냈다. 비트박스 아시아 챔피언 윙은 ‘하트브레이커(Heartbreaker)’ 무대를 함께 하며 공연의 완성도를 높여줬다.

그의 첫 미니앨범 수록곡 ‘크레용’과 ‘버터플라이(Butterfly)’ 등을 부를 땐 두 사람이 마주 보고 있는 동상이 무대에 세워졌다. ‘위버멘쉬’ 앨범 티저에서 처음 공개돼 앨범 재킷으로도 쓰인 형상이다. 지드래곤은 이에 대해 “‘하트브레이커’ 때 내 모습이랑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촬영한 내 모습”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나의 시작과 지금이 서로 마주 보고 있는 것”이라며 “과거와 현재의 내가 (여기) 있으니까 지금의 나는 미래이자, 진행형일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한 각종 테크 기술을 접목한 무대도 볼거리였다.

팬들이 손에 든 데이지꽃 모양의 응원봉은 실시간으로 음악에 맞춰 다양한 색깔을 연출했다.

전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응원봉의 불빛을 중앙제어 시스템으로 제어하면서 관객석 전체를 꽃밭으로 보이게 만든 무대장치였다. 무대 도중 화려한 드론쇼를 통해 공연장 상공에 지드래곤의 얼굴을 수놓기도 했다.

말미에는 AI 팬 콘테스트를 통해 선별된 AI 영상이 엔딩크레디트에 등장했다.

빅뱅이 내년 데뷔 20주년을 맞는 가운데 멤버 3인(지드래곤, 태양, 대성)의 재결합 활동 계획도 내비쳤다. 지드래곤은 “아직도 셋이 뭉치면 스무 살”이라며 “섹시한 성인식을 구상 중”이라고 전했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3월 말에 눈이 내릴 정도로 추운 날씨와 돌풍 탓에 첫날은 70여분, 이튿날 30분가량 공연이 지연됐다. 암 크레인 등 당초 준비했던 일부 무대장치도 선보이지 못했다. 지드래곤이 무대를 잠깐 내려와 팬들과 소통할 때 위험천만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한꺼번에 관객들이 모들면서 삽시간에 비명이 쏟아져 나왔고, 지드래곤이 직접 “물러나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지드래곤 소속사인 갤럭시코퍼레이션은 30일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현장 기상악화(돌풍)로 인해 안전상의 이유로 공연이 한 차례 지연됐던 가운데, 그 연장선으로 공연이 한 차례 더 지연됐다”며 “예정돼 있던 무대장치들을 활용하는 데 있어서 관객들에게 피해가 갈까 안전상의 이유로 취해진 조처였다”고 사과했다.

지드래곤은 한국 공연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투어에 돌입한다. 일본 도쿄(5월10~11일)를 시작으로 필리핀 불라칸(5월17일), 일본 오사카(5월25~26일), 마카오(6월7일~8일), 대만(7월12~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7월19~2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7월26일), 홍콩(8월9~10일)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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