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시 ‘메시 후계자’다웠다. 스페인 프로축구 명문 FC바르셀로나 공격수 라민 야말(18·스페인)이 FC서울을 상대로 전반만 뛰고도 멀티골을 터트리는 등 3골에 관여하는 ‘쇼타임’을 펼쳤다.
한지 플리크(60·독일) 감독이 이끄는 바르셀로나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 투어 친선 경기에서 서울을 7-3으로 제압했다. 양 팀은 무려 10골을 주고 받는 무더위를 날려버릴 축구쇼를 펼쳤다. 경기장을 찾은 6만2482명의 관중들에 통쾌함을 선사했다.
‘50년에 한 번 나올 재능’으로 불리는 야말은 올여름 리오넬 메시(38·인터 마이애미)의 등번호 10번을 물려받은 뒤 이날 첫 득점을 신고했고, 폭풍 드리블과 차원이 다른 왼발슛을 선보였다. 메시는 15년 전에 바르셀로나 소속으로 방한 경기 때 K리그 올스타를 상대로 17분만 뛰고 2골을 기록했는데, 야말은 이날 전반전을 뛰고 멀티골을 뽑아냈다.
야말은 1-0으로 앞선 전반 14분 왼발 중거리포로 득점을 터트렸다. 2-2로 맞선 전반 추가 시간에 절묘한 방향 전환 드리블 후 왼발슛으로 또 한번 골망을 흔들었다. 앞서 전반 8분 야말이 골대를 맞힌 슛을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37·폴란드)가 툭 차 넣으면서, 야말은 선제골의 기점 역할도 했다. 야말은 손 키스를 날리는 세리머니로 팬 서비스를 했다.

야말은 ‘득점 기계’ 레반도프스키, 브라질 국가대표 윙어 하피냐(29) 등과 선발로 나섰다. 2019년 유벤투스(이탈리아)의 방한 경기 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가 벤치만 달구는 ‘노 쇼 사태’로 국내 팬들의 공분을 샀지만, 바르셀로나는 전반에 최정예 멤버를 내세웠다. 야말 등 바르셀로나 주축 선수의 의무 출전 조항이 계약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2024~25시즌 18골·25도움을 기록하며 바르셀로나의 스페인 라리가(정규리그), 국왕컵, 수퍼컵 3관왕에 앞장선 야말이 소개되자 관중석에서 가장 큰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FC서울도 제시 린가드(잉글랜드), 안데르손(브라질), 야잔(요르단) 등 정예 멤버로 맞섰다. 서울 서포터스 수호신은 ‘Seoul’, 바르셀로나 팬들은 ‘Barca’ 문구의 카드섹션을 펼쳤다.

바르셀로나 야말은 전반전에 오른쪽 윙어로 나서 현란한 드리블로 공격을 이끌었다. 전반 8분 역습 찬스에서 다니 올모(스페인)가 드리블을 치고 들어가 패스를 내줬다. 야말의 슛이 오른쪽 골포스트 맞고 흐르자, 문전의 레반도프스키가 왼발로 툭 차 넣었다.
전반 14분 야말이 서울의 공격을 차단해 드리블을 치고 들어갔다. 자신의 백힐 패스가 상대 맞고 흐른 공을 다시 잡은 야말은 페널티아크 오른쪽에서 강력한 왼발슛을 쐈다. 서울 골키퍼 강현무 손을 맞고 골망 오른쪽 구석에 꽂혔다.
야말은 자기 진영에서 드리블을 하다가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전반 26분 야말의 공을 가로챈 김진수가 왼쪽 측면에서 땅볼 크로스를 올렸고, 조영욱이 왼발 논스톱슛으로 연결해 1-2 만회골을 뽑아냈다. 전반 추가시간 서울 안데르손이 절묘한 침투패스를 찔러줬고, 공격에 가담한 중앙 수비수 야잔이 강력한 슛으로 2-2 동점골을 뽑아냈다.
야말이 또 한번 해결사로 나섰다. 후반 추가시간 3분 역습 찬스에서 올모의 침투패스를 받은 야말은 방향 전환 드리블로 김진수를 벗겨냈다. 이어 왼발슛으로 골망을 또 한번 흔들면서 전반전을 3-2로 앞선 채 마치는데 앞장섰다.

바르셀로나는 후반 시작과 함께 야말 등 선발 11명을 모두 빼고, 마커스 래시퍼드(28), 가비 등을 교체 투입했다. 래시퍼드와 FC서울 주장 완장을 차고 선발출전한 제시 린가드(33)의 맞대결이 성사됐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와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함께 뛰었던 래시퍼드와 린가드는 적으로 마주했다. 후반 6분 래시퍼드의 강력한 땅볼슛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후반 9분 바르셀로나 수비수 안드레아스 크리스텐센은 대포알 같은 중거리포로 4-2를 만들었다. 후반 28분 페란 토레스가 팀의 5번째 골을, 후반 30분 가비가 절묘한 턴 이후 팀의 6번째 골을 뽑아냈다. 서울이 후반 40분 정한민의 만회골로 3-6까지 따라 붙었지만, 후반 44분 래시퍼드의 패스를 받은 페란 토레스가 자신의 멀티골을 뽑아내면서 7-3으로 경기에 종지부를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