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명보 축구 대표팀 감독이 그토록 찾던 ‘키 큰 9번’ 공격수가 드디어 돌아왔다. 1년 8개월 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조규성(27·미트윌란)은 지난 A매치에서 손흥민(33·LAFC)을 원톱으로 올리는 고육책까지 썼던 홍 감독에게 단비 같은 존재다. 새롭게 발탁된 양민혁(19·포츠머스)과 권혁규(24·낭트)까지 더해지며 홍명보호의 스리백 전술 퍼즐이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
대한축구협회가 3일 발표한 11월 A매치 명단 27명은 월드컵을 향한 전술적 청사진을 구체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조규성은 무릎 수술 후 지난 시즌 대부분을 쉬었지만, 올 시즌 덴마크 리그에서 9경기 3골로 감각을 되찾았다. 홍 감독은 울산 사령탑 시절부터 앞에서 몸으로 버티며 상대 수비수를 등지고 공을 받아 동료에게 연결해주는 타깃형 공격수를 선호했다. 오세훈(26·마치다 젤비아), 주민규(35·대전), 이호재(25·포항)를 돌아가며 기용했지만 만족스럽지 못해 지난 A매치에서는 아예 이들을 제외하고 손흥민을 원톱으로 올렸다.
조규성은 최근 소속팀에서 명목상 원톱이지만 실제로는 중앙에서 내려와 공격형 미드필더처럼 뛴다. 상대 수비수를 등지고 공을 받아 떨어뜨려 주면 양쪽 윙어가 침투하는 식이다. 손흥민, 이강인(24·파리 생제르맹), 이재성(33·마인츠), 이동경(28·울산) 같은 공격 자원을 살리는 플레이가 가능하다.

양민혁의 발탁은 윙백 실험의 연장선이다. 8개월 만에 대표팀에 호출된 양민혁은 왼쪽, 오른쪽 윙어를 소화하는 2선 자원이다. 홍 감독은 부임 이후 공격수 황희찬(29·울버햄프턴), 정상빈(23·세인트루이스)을 윙백으로 활용하는 실험을 반복했다.
오른발잡이인 양민혁은 오른쪽 윙백으로 뛰며 측면을 따라 직선적으로 질주하며 수비수를 끌어낼 수 있다. 이강인이나 이동경처럼 중앙으로 접고 들어오는 유형과 정반대다. 양민혁을 측면 끝에 세우고 이강인을 중앙으로 침투시키면 한쪽 측면이 완전히 열릴 수 있다. 양민혁은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에서 임대돼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으로 무대를 옮긴 뒤 10월 들어 주전 자리를 잡으며 2골을 추가했다.

권혁규는 박용우(32·알아인) 부상으로 비어 있던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를 채운다. 지난해 10월 월드컵 예선 이후 13개월 만이다. 권혁규는 포백과 스리백을 오가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포백으로 시작할 때 풀백이 공격에 가담하면 권혁규가 수비 라인으로 내려와 센터백 사이를 채우며 스리백을 만든다. 앞서 포백을 주로 활용했던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 당시 박용우가 주로 했던 역할이다. 스리백에서 시작할 때에도 리드를 잡은 뒤 공격수를 빼고 미드필더 숫자를 늘려 수비를 강화할 때도 권혁규가 필요하다. 권혁규는 최근 소속팀에서 10월부터 꾸준히 선발 출전하며 주전 자리를 되찾았다.
이번 명단은 스리백 전술을 플랜A로 확정하려는 의도가 뚜렷하다. 센터백만 다섯 명을 선발했고, 미드필더와 공격 자원도 스리백 운용에 최적화된 구성이다. 대표팀은 10일 천안 축구종합센터에서 소집 훈련을 시작해 14일 볼리비아전과 18일 가나전을 치른다. 두 경기 모두 2026 월드컵을 앞두고 새로운 전술 실험과 선수 조합을 점검하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