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에 꿩알까지 선불하는 봄날은 고마움이다

2025-05-18

바람난장 (10) 고사리 축제(下)

고사리를 꺾으러 가는 날은, 난 항상 다른 사람의 반 밖에 못 따곤 했다. 찔레꽃 향기에 실려 들려오는 새소리와 푸른 하늘을 보면 시름을 잃고 망중한을 즐기다 보면 시간은 성큼 지나고 봉지 안의 고사리는 불어날줄 모른다.

래도 그날은 자연이 주는 선물에 가슴 가득 웃음을 담고 오곤 했다. 지금은 몸이 불편해서 다니시지 못하지만 친정어머니께서는 고사리를 잘 꺾기도 했지만 꿩알을 가지고 오기도 하셨다.

손주들 먹이라며 깨질 새라 조심히 가지고 오셨던 마음을 떠올리니 눈가가 촉촉해진다. 고사리 꺾다가 길을 잃어 찾는다는 방송을 보면 지난 날 고사리를 꺾다 아무도 없길래 놀라 소리쳤던 기억이 났다. 그래도 한철 농사처럼 용돈 두둑이 들어오는 고마운 고사리 시즌이다. 쌈짓돈으로 넣어 두었다가 손자들 과자값으로 나가기도 하는 값진 돈이다.

지난 추억속에 가슴이 아릿해져 오는데 윤경희님이 패티김님의 ‘그대 내 친구여’를 불렀다.

내 주변에 있는 소중한 이를 다시 생각나게끔 하는 노래, 붉은 동백을 가슴에 달고 노래하는 윤경희님의 사랑을 전달하는 모습을 바람은 가만히 쓰다듬는다.

김익수, 이봉숙님의 ‘오솔레미오’ 가곡이 귓가에 흐른다.

이 아름다움을 어찌할까. 숲속으로 보낸다. 고사리축제 참여하는 모든 이들에게 맺힌 땀방울을 식혀주듯 퍼져나간다. 두분의 화음은 어우러져 대지에 내려앉는다.

이어지는 강상훈 시낭송가님의 낭송으로 이어진다.

김순남시인의 ‘제주고사리 삶’을 낭송한다.

제주고사리 삶

바람 한 줌 들지 않고

햇살 한 모금 내리지 않는 곶자왈에

키 크고 무성한 잎들이

네게는 캄캄한 밤일 수밖에 없었다

숨비소리 땅속에 콱콱 눌러 박고

애면글면 포자낭엽 만들어

무성에도 자손 일으켜 살만해 가는데

이 무슨 사나운 광풍이란 말인가

도틀굴 목시물굴 반못 벵디굴 억물에

피 토하는 주검의 바다를 건너며

이 땅의 시원으로 살고 싶었다

작다고 깔보지 마라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잡풀대기가 아니다

내가 곧 주인이요 역사요 평화다

고사리가 찾아오는 모든 이들에게 고하는 것 같은 사연을 속내를 전하는 것 같다. 많은 시간을 지나오면서 지켜보았을 사월의 아픔을 떠오르게 하는 시이다.

다음 순서는 이봉숙님의 플롯과 김익수님의 하모니카 합주로 ‘산너머 남촌에는’을 들려주셨다. 옛 서정을 느끼게 해주는 하모니카의 음색은 아련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뒤이은 플롯의 음률은 더욱 풍성한 봄날을 이루어내고 그리운 이에게 닿으라고 가락가락 타고 바람결에 실려 보낸다. 벌이 네잎클로버 꽃잎에 앉아 달콤함을 탐닉하고 있다.

이천일님의 산노을이 이어진다.

바람난장에 놀러왔다가 반해서 바람난장 회원이 되신 멋진 이천희 님의 목소리가 묵직하게 산너머까지 전. 가곡 ‘산노을’을 불렀다. 인생이 무엇인가. 이렇게 난장을 피우며 인생을 찬미하는게 아니겠는가.이리 고운 님들이 있기에 삶은 살만하지 않는가.

오늘 바람난장에는 봄물이 넘실넘실 가득하다. 가슴 속 가득 들어차 봄빛으로 무르익었다.

마지막 순서로 음향감독님이시면서 기타리스트인 김종구님이 ‘들길 따라서’를 불렀다. 감미로운 목소리가 봄에 어울린다. 모두가 찾는 파랑새를 연주한다. 파랑새를 찾아 수많은 이들이 길을 떠났지만 결국 찾은 건 지금의 행복이라는….

햇살 가득했던 헌마공신김만일 기념관 뒷마당으로 이어지는 ‘생각의 길’을 배경으로 한 바람난장은 화사한 웃음으로 마무리했다.

행사가 끝나고 고사리축제장으로 갔다. 주변 교통이 혼잡한 관계로 걸어서 갔는데 그 길 역시 발밑으로 봄길이 펼쳐졌다. 들꽃의 꽃내음이 지천이라 꽤 긴 시간 걸어갔는데도 발걸음이 가벼웠다. 발등에 봄을 얹고 걸어서 인가 보다. 고사리 축제장 안은 웃음으로 가득했다. 한라산 정상이 가까이 보이고 아래로는 제주의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는 곳에 자리한 축제장. 거칠 것 없이 시원하다. 그 안에서 사람이 꽃이라는 의미를 다시금 느끼게 했다. 비눗방울이 무지개를 담고 높이 날아오르고 있고, 아이들은 놓칠새라 쫓아가며 지르는 소리와 웃음들.  나도 덩달아 비눗방울을 쫓아 날아 올라본다. 축제 마당을 둘러보다 잔치에서 잔치국수는 빼놓지 못하는지라 천막 안에 자리잡고 앉았다. 잔치국수와 고사리파전을 시켜놓고 기다리는데 할아버지 다리에 기대있는 아이를 본다. 그 모습이 아름답다. 순수한 사랑이다. 행복해 하는 아이를 보다보니 내 얼굴이 웃음으로 덮인다. 잔치국수를 입안에 넣으며 봄의 잔치에 젖어본다.

▲글=조선희(시인, 한라산시문학회)

▲사회=김정희

▲낭송=김정희와 시놀이(이정아, 이혜정)

정민자 강상훈

▲노래=윤경희·김익수·이봉숙·이천희

▲연주=기보은·김종구·김익수·이봉숙

▲사진·영상=김태현▲음향=김종구

▲총감독=김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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